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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정희 시인 / 절벽 위의 키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5.

문정희 시인 / 절벽 위의 키스

 

 

바닷가 절벽위에서

절박하게 서로를 흡입하던 그 키스

아직 그대로 있을까

칠레 시인의 집*, 야자수 줄지어 선 낭떠러지

부릉거리는 모터사이클 곁에 세워두고

싱싱한 용설란 가시 치솟은 사랑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을까

사랑은 짧고 망각은 길어**

독재와 혁명처럼

성난 파도 속으로 밀려갔을까

거품으로 깨어지고 말았을까

기념관 속 시인이 벗어 둔 옷보다

위대한 문장보다

살아서 위험하고 아름다운

절벽 위의 키스

아직 타오르고 있을까

늙은 아이 하나 키우고 있을까

 

*칠레 이슬라 네그라 시인의 집

**파블로 네루다의 시

 

계간 『시와 세계』 2019년 가을호 발표

 

 


 

문정희 시인

전남 보성에서 출생, 1969년 《월간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나는 문이다』, 『카르마의 바다』,『응』,『작가의사랑』 등과 시선집 『지금 장미를 따라』 외 에세이집 등이 다수 있고 미국 뉴욕에서 출판된 영역시집을 비롯 9개국 언어로 번역된 번역시집 13권이 있음.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청마시문학상, 스웨덴 2010년 시카다상(cikada Literary Prize of Sweden) 등 수상. 고려대 교수, 한국 시인협회 회장 역임.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