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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정희 시인 / 나는 내 앞에 앉았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6.

문정희 시인 / 나는 내 앞에 앉았다

 

 

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 왔다

어제 떠난 것처럼

너는 내 앞에 앉았다

 

스무 번의 봄날을 지나

아니, 나는 내 앞에 앉았다

너는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으니

늘 함께 숨 쉬었으니

나에게서 걸어 나와

다시 내 앞에 앉은 것이다

 

잃어버린 게 뭔 줄 알아?

너는 웃었다.

무엇일까

그냥 살아있으면 돼

살과 피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쫓기며 나는 늘 나에게 속삭였다

 

네가 변하기 전에

내가 변하면 어쩌지

 

지금 네가 내 앞에 앉아 있다

나 너를 보낸 적도 없고

너 나를 잊은 적도 없다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무엇일까

이 안개

비애라고 할까

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 왔다

나는 내 앞에 앉았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9년 여름호 발표

 

 


 

문정희 시인

전남 보성에서 출생, 1969년 《월간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나는 문이다』, 『카르마의 바다』,『응』,『작가의사랑』 등과 시선집 『지금 장미를 따라』 외 에세이집 등이 다수 있고 미국 뉴욕에서 출판된 영역시집을 비롯 9개국 언어로 번역된 번역시집 13권이 있음.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청마시문학상, 스웨덴 2010년 시카다상(cikada Literary Prize of Sweden) 등 수상. 고려대 교수, 한국 시인협회 회장 역임.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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