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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 / 나는 내 앞에 앉았다
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 왔다 어제 떠난 것처럼 너는 내 앞에 앉았다
스무 번의 봄날을 지나 아니, 나는 내 앞에 앉았다 너는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으니 늘 함께 숨 쉬었으니 나에게서 걸어 나와 다시 내 앞에 앉은 것이다
잃어버린 게 뭔 줄 알아? 너는 웃었다. 무엇일까 그냥 살아있으면 돼 살과 피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쫓기며 나는 늘 나에게 속삭였다
네가 변하기 전에 내가 변하면 어쩌지
지금 네가 내 앞에 앉아 있다 나 너를 보낸 적도 없고 너 나를 잊은 적도 없다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무엇일까 이 안개 비애라고 할까 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 왔다 나는 내 앞에 앉았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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