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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도은 시인 / 302호 빨강상담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6.

김도은 시인 / 302호 빨강상담실

-애착장애로 인한 선택적 함구증 아동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공룡 내 머리 속에 발자국을 낸다 꼬리가 보이면 난 8배속 빠르기로 말을 쏟아낸다

  “공룡언제저알을깰까궁금하구나 이제저알을깨면어떨까하는데 네생각은... 그래네가아직더기다려야한다면기다리지뭐 그래도너무오래알속에있으면힘들지않을까 애기공룡이......”

  공룡, 다시 알 속으로 들어 가버린 날, 동굴 벽에 더덕더덕 배릿한 시간이 붙고 햇살 내음이 동굴 안으로 스며든 날, 공룡은 알을 열곤 꼬리를 내민다

  고장난 시계를 뉘 만졌을까? 외바늘을 공룡이 돌렸을지도 몰라 토끼와 돼지는 공룡의 허락 없이는 풀밭에서 뛰어놀 수 없지 난, 토끼와 돼지에게 솜사탕을 줘보지만 내 말은 듣지 않는다

  공룡, 다시 문을 연다 난 8배속으로 말한다

  “밖이추운가보구나 얼굴이파래졌네 난네가오길한참기다렸다 ”

공룡, 모른 척 하곤 축구공 시계 바늘을 돌린다 난 4배속으로 말한다

  “오늘은 너랑나랑 바뀌는 거야 난 공룡이고 넌 나야 괜찮아 걱정마 내가 네 알을 품어 줄게 어쩌면 알이 추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 내가 도와줄게 괜찮지?”

  공룡의 축구공 시계바늘, 내 유선乳線사이를 감돈다

  풀밭에 공룡 발자국이 찍힌다 난 공룡의 꼬리에다 손을 얹는다 심장이 따가웁다

 

  2

 

  공룡은 내 꿈속에서 뛴다

  토끼, 돼지와 축구공 시계를 가지고 논다 날 보자마자 공룡, 숨을 멈춘다 난 2배속으로 말한다

  “공룡 네가 있는 동굴로 난 들어갈 수 없었어 내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 공룡 너가 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힘들었어.... 네가....나오기만 기다렸지 그동안 넌 동굴 속에 있다는걸 알면서도 모른척했어 동굴 안에서 시계바늘을 찾고 있다는 걸 몰랐어......”

가늘게 끊어지는 내 목소리, 소리없이 울음 우는 공룡 토끼와 돼지는 풀밭을 뛰고 공룡은 얼굴을 두손으로 감싼채 뒹굴고

난 공룡에게 다가간다 공룡의 흐느낌 커질때 내 몸, 흔들리고 가슴에 만져 지는 응어리 젖이 돈다 공룡, 울음을 멈춘다 눈속에 잃어버린 축구공 시계바늘이 보인다 그 바늘 천천히 움직일때마다 공룡, 눈을 잡고 뒹군다

  자지러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난, 깜짝 놀란다 공룡이 내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공룡, 너 울때마다 시계바늘이 멈췄었구나”

  난 정속으로 말한다

 

 


 

김도은 시인

2015년 제4회 웹진 《시인광장》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