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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호 시인 / 울창한 우울
우울한 아이를 위하여 물구나무서는 어미가 있다 배꼽을 다 내보이는 어미가 있다 발목을 접질린 어미가 있다 생피를 쏟는 어미가 있다 우울은 울창한 비, 우물을 들여다보면 머리카락이 보이는 비, 혼령이 망령에게 말 걸게 하는 비,
빗줄기를 자르면 자꾸 생기는 우울의 꼬리, 우울의 꼬리를 잡으려다가 우울에게 꼬리를 물린 어미가 있다 다 꺼지고 하나 남은 고층 아파트 창문 불빛처럼, 내다봐도 자신만 보이는 밤의 유리창처럼
우울은 허밍, 울창한 빗물, 우울이라는 깔때기에 걸린 할딱 뒤집어진 우산 속으로 쥐똥나무 이파리들이 몰려든다 벌레로 변하여 서로 머리를 맞댄다 공격과 방어가 뒤엉킨다 아이 정수리로 들어와서 어미의 목으로 비껴나간다
정수리에도 목에도 꿈틀대는 다족류들, 고독을 가지고도 고도를 가진 우울이 거적처럼 그 위를 또 덮고 지나간다 쥐와, 쥐똥과, 쥐똥나무가 울창해진다
계간 『시산맥』 2013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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