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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백겸 시인 / 기호의 고고학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7.

김백겸 시인 / 기호의 고고학

 

 

‘태초에 빛이 있으라하매 빛이 생겨났다’는 문장처럼 말씀과 사물이 한 몸이었던 행복한 시대의 말이 있었다

에덴으로부터 지상으로 내 던져진 말들은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담의 몸처럼 썩고 부서지는 낙엽의 운명이 되었다

말들이 인간의 의식에서 태어났으나 대양으로 흐르는 시간의 강에 뜬 물살의 거품이었다. 말들은 심연으로부터 솟구친 바위 같은 세계풍경에 걸리며 인간의식에 굴곡과 무늬를 만들어 냈다

 

아라베스크 문양의 회교사원처럼

사각형과 원이 중첩된 티벳만다라그림처럼

말과 말이 결승結繩문자처럼 얽힌 만화경이 문명이었다

말의 역사 속에서 상징의 피라미드, 은유의 크레타미궁, 이미지의 알렉산드리아가 세워졌다가 무너졌다

 

인간의 생각들이 말의 요람에서 태어나 말들의 무덤에서 죽었다

제도와 법률과 화폐와 인간이 프로그램한 모든 도구들이 부장품처럼 묻혔다

인류의 의식은 흙의 잠속에서 도서관의 책들과 박물관의 미이라같은 말의 꿈을 꾼다

죽은 생각들이 진시황의 병마총처럼 묻혀 드라큐라의 수혈같은 재생의 시간을 갈구한다

나는 독자들을 비경으로 안내하는 헤르메스처럼 지도와 랜턴을 준비해서 캄캄한 흙의 시간으로 내려가 문명의 모든 기억을 들여다본다

 

김백겸(金伯謙) 시인

1953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데뷔했다. 대학에서 학생기자 활동을 하면서부터 문필활동도 시작. 학보사 편집국장을 맡았다가 1970년 초반 군사 정권에 대한 유신반대 데모에 휩쓸리는 등 불안정한 학창시절을 보냈으나 세상에 대한 자유로운 인식을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시집으로『비를 주제로 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북소리』,『비밀정원』이 있고 시론집으로는 『시적환상과 표현의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 『시를 읽는 천개의 스펙트럼』, 『시의 시뮬라크르와 실재라는 광원』,『기호의 고고학』 등이 있다. 2005년 시집 『비밀방』이 문예진흥원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그 밖에 〈대전시인협회상〉, 〈제1회 충남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현재 웹진 《시인광장》과 《시와표현》의 주간을 맡고 있다.

 


 

 

김백겸(金伯謙) 시인

1953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데뷔했다. 대학에서 학생기자 활동을 하면서부터 문필활동도 시작. 학보사 편집국장을 맡았다가 1970년 초반 군사 정권에 대한 유신반대 데모에 휩쓸리는 등 불안정한 학창시절을 보냈으나 세상에 대한 자유로운 인식을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시집으로『비를 주제로 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북소리』,『비밀정원』이 있고 시론집으로는 『시적환상과 표현의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 『시를 읽는 천개의 스펙트럼』, 『시의 시뮬라크르와 실재라는 광원』,『기호의 고고학』 등이 있다.

2005년 시집 『비밀방』이 문예진흥원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그 밖에 〈대전시인협회상〉, 〈제1회 충남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현재 웹진 《시인광장》과 《시와표현》의 주간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