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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시인 / 단호박 자궁
죽을 쑤려고 호박을 자른다 뉴질랜드産 검푸른 단호박
자그만 몸뚱이, 어디에 이런 힘이 들었을까 칼날을 물고 텅, 도마에 머리를 들이 받고 텅, 텅,
쩍, 돌덩이 같은 몸이 열린다 속살이 눈부시다
반으로 잘린 단호박 자궁 호박씨들 우굴우굴 엉겨있다
손을 넣어 끈끈한 호박씨를 긁어낸다 걸쭉한 피가 묻는다 움푹, 구덩이가 드러난다
세 번이나 도굴 당한 내 몸에도 구덩이가 파였을 것이다
마경덕 시인 / 똥
내 하루는 입에서 항문으로 이어지는 미로를 벌레처럼 꿈틀꿈틀 기어가는 것 숨막히는 갱도(坑道)를 더듬어 출구를 향해 나아가는 일
오로지 하강만이 허락되는 내 평생의 하루는 소멸의 두려움에 떨며 어둠 속을 무사히 통과하는 것
내 슬픔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기억하는 것
어쩔 수 없는 길의 끝에서 가장 천한 이름으로 추락한다
첨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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