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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곽효환 시인 / 사막에 피는 꽃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7.

곽효환 시인 / 사막에 피는 꽃

 

 

    중원의 서북 사막 고비*는 진행형이다.

    끝없이 바스러지는 거친 흙덩이와 돌맹이

    등위에 커다란 두개의 봉우리를 숙명처럼 짊어진

    순결해서 슬픔의 깊이를 알수 없는 낙타의 두 눈망울에 어린

    돌아가지도 돌아올 수도 없는 타클라마칸

 

    정오의 고비사막

    너무 아름다워서 지금은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바람의 서쪽,

    사막을 건너 아득한 기억을 실어 나르는 낙타는

    거대한 내륙호의 아주 오래된 기억이 응결된

    사막에 피는 붉은가시꽃 駱駝刺**를 삼킨다

    온몸에 사나운 가시를 두른 날카로움을 핥으면

    팥알갱이만한 작은 꽃망울 더욱 붉게 물들고

    피투성이가 된 입으로 꼭꼭 씹고 짓이기다가

    차마 벌어지지 않는 슬픔의 목구멍을 열어너무도 아픈 사막의 상처를 삼키면

    새파란 가시는 예리하게 식도를 긁고 위를 파헤쳐

    마침내 붉은 물

    내장 가득하다

 

    피로 핥고 씹고 삼키는

    고통을 건너는 사막의 꽃 낙타가시초

    아득히 먼 신기루 거친 모래바람의 끝에 어리어있다

 

    바람이 잦아들고

    어디선가 맑은 물에 우린

    향기 그윽한 차 따르는 소리 울리면

    낙타는 그 기억을 잊지 말라고

    다시 붉은 가시꽃을 씹고 삼키고

    또 꺼내어 다시 씹고 삼킨다  

 

 

*몽골의 고비사막과는 달리 작은 돌덩이와 마르고 거친 흙으로 사막화된 중국서역지방을 가리키는 보통명사

**로투어츠, 우리말로는 낙타가시초라고하는 사막에서 생장하는 가시가 있는 관목.

 

 


 

곽효환(郭孝桓) 시인

1967년 전라북도 전주 출생. 건국대학교와 같은 대학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국문과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1996년『세계일보』에 ‘벽화 속의 고양이3’을, 2002년『시평』겨울호에 ‘수락산(水落山)’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으로『인디오 여인』등. 현재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