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효환 시인 / 사막에 피는 꽃
중원의 서북 사막 고비*는 진행형이다. 끝없이 바스러지는 거친 흙덩이와 돌맹이 등위에 커다란 두개의 봉우리를 숙명처럼 짊어진 순결해서 슬픔의 깊이를 알수 없는 낙타의 두 눈망울에 어린 돌아가지도 돌아올 수도 없는 타클라마칸
정오의 고비사막 너무 아름다워서 지금은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바람의 서쪽, 사막을 건너 아득한 기억을 실어 나르는 낙타는 거대한 내륙호의 아주 오래된 기억이 응결된 사막에 피는 붉은가시꽃 駱駝刺**를 삼킨다 온몸에 사나운 가시를 두른 날카로움을 핥으면 팥알갱이만한 작은 꽃망울 더욱 붉게 물들고 피투성이가 된 입으로 꼭꼭 씹고 짓이기다가 차마 벌어지지 않는 슬픔의 목구멍을 열어너무도 아픈 사막의 상처를 삼키면 새파란 가시는 예리하게 식도를 긁고 위를 파헤쳐 마침내 붉은 물 내장 가득하다
피로 핥고 씹고 삼키는 고통을 건너는 사막의 꽃 낙타가시초 아득히 먼 신기루 거친 모래바람의 끝에 어리어있다
바람이 잦아들고 어디선가 맑은 물에 우린 향기 그윽한 차 따르는 소리 울리면 낙타는 그 기억을 잊지 말라고 다시 붉은 가시꽃을 씹고 삼키고 또 꺼내어 다시 씹고 삼킨다
*몽골의 고비사막과는 달리 작은 돌덩이와 마르고 거친 흙으로 사막화된 중국서역지방을 가리키는 보통명사 **로투어츠, 우리말로는 낙타가시초라고하는 사막에서 생장하는 가시가 있는 관목.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희덕 시인 / 옆구리의 절벽 (0) | 2019.12.18 |
|---|---|
| 김선우 시인 / 어떤 포틀래치 (0) | 2019.12.17 |
| 김정환 시인 / 노인 (0) | 2019.12.17 |
| 이시영 시인 / 호명(呼名) (0) | 2019.12.17 |
| 신용목 시인 / 오래 닫아둔 창 (0) | 2019.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