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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시인 / 호명(呼名)
한번 불려간 것들은 다시는 오지 않는 것인가 내 등 두드리며 여기 서서 기다려라 하고 간 바람은 산 넘고 물 건너가 다시 오지 않는다 대 수풀에 머문 구름에게 물어도 구름 위에 날개 접은 솔개에게 물어도 바람이 한번 간 곳 알지 못한다
한번 불려진 별들은 다시는 빛나지 못하는가 간밤에 불려진 한 별 큰 눈으로 지상을 굽어보며 빛나다가 새벽 하늘가에 스러져서는 다시 빛나지 않는다
한번 흔들린 풀들은 다시는 멈추지 못하는가 제 선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 한번 고개 돌린 풀들 다시는 고개 돌리지 못하고 서서 흔들리다가 누군가의 찬 낫에 이슬을 흘리며 쓰러진다
한번 눈 부릅뜬 것들은 다시는 눈뜨지 못하는가 여름 잎사귀에 눈 부릅뜬 햇살 하나 잎사귀를 녹이며 구르다가 물 위에 떨어져 돌을 태우고 다시 눈뜨지 못한다
한번 불려진 것들은 다시는 불려질 수 없고 한번
대답하고 돌아선 것들은 다시는
이전의 것이 될 수 없는가
바람
속으로, 창작과비평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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