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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용목 시인 / 오래 닫아둔 창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7.

신용목 시인 / 오래 닫아둔 창

 

 

  방도 때로는 무덤이어서 사람이 들어가 세월을 죽여 미라를 만든다

 

  골목을 세워 혼자 누운 방

  아침 해가 건너편 벽에 창문만한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환한 저 사각의 무늬를 건너

 

  세상을 안내하겠다는 것인가 아이들 뛰는 소리 웃음 소리 

  아득히 노는 소리 그러나

 

  오로지 그녀를 통과하면서 나는 어른이 되었다

  그녀의 몸에 남은 지문에 검거되어 영원한 유배지에서 다시 부모가 되어야 한다

 

  몇 번의 바람이 문을 두드리고 지나갔지만

  햇살이 방바닥을 타고 다시 창을  빠져나갈 때까지, 나는

  일어나질 못했다

  언제나 건널 수 없는 곳으로 열려 있는 추억처럼

 

  어떠한 발굴도 뒤늦은 일인 것을

  낮에 뜨는 흰 달이 모든 무덤을 지고 망각을 향해 건너가는 캄캄한 세상의 내부에서

  언제쯤 내가 만든 미라가 발견될지 모른다

 

  창문 너머 불타는 가을산,

  그 계곡과 계곡 사이에 솥을 걸고 싶다

  바람의 솥 안에 눈송이처럼 그득한 밥을 나의 잠은 다 비우리라

 

 


 

 

신용목(愼鏞穆) 시인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서남대학교 국문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0년『작가세계』 신인상에 시 「성내동 옷수선집 유리문 안쪽」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와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가 있으며, 희곡작품으로 노숙자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나비눈』(2006년 1월 아르코예술극장 상연)이 있다. 그 외의 연구서로『다시 읽는 김수영』(공저) 등이 있다. 권의 시집은 시대의 외곽에 대한 감각적 사유와 탁월한 언어구사력이 결합한 보기 드문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고, 희곡작품은 소외된 자의 삶을 시적으로 승화시킨 빼어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1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내일을 여는 젊은 예술가 지원’을 받았으며, 두 차례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을 받았다.『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는 2004년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되었고,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는 2007년도 올해의 최우수시집에 뽑혔다. 또한 이 시집으로 2008년,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시집에 수여하는 제2회 시작문학상 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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