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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숙 시인 / 毒, 꽃으로 찾아오는
꽃향기에 질식해 죽은 사내를 알고 있다 밤이 묵묵하면 죽은 사람의 목소리로 향기가 돌아온다 제대 위에 성배 올리듯 촛불에 심지를 돋운다 독약처럼 피가 돌고 소금기 빠져나가는 섬망이 찾아왔다
소리 향은 혈관 속을 파고든다 물관에 푸른빛이 돌기 시작하자 시들었던 떨기꽃이 촉촉해진다 피를 먹고 자란다는 그림동화 속의 릴리는 무사할까, 죽어서도 살아있는 빛은 침묵이다
꽃나무 아래로 무덤들이 걸어 다닌다 더 이상 지금이 아닌 여기서 누가, 명랑한 입술로 구름을 먹어치운다 돗자리 위에 양다리 뻗고 앉아 나무젓가락 반으로 딱, 가르자 눈앞에서 하늘이 빙글 돈다 눈썹 위로 꽃잎 한 장이 뛰어내린다
꽃철이면 음식에 소금을 덜기도 했다 죽음처럼 빨갛다는 식인선인장처럼 사람을 한 아가리 꿀꺽 삼키는 꽃, 꽃들이 돌아왔다 가장 로맨틱하면서도 무덤처럼 잔인하게, 쾅! 쾅! 문을 걸어 잠그는
계간 『문학청춘』 2015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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