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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령 시인 / 자명한 오늘 ㅡ꺾꽂이를 하다가
지금 내 손가락은 꽃의 위험한 확증적 가설이다 너는 불손한 마고할미의 굽은 손가락을 기다린 적 없으나 우리가 꿰뚫어 볼 수 없는 비린 생의 마디는 모두 향기로 돋을 것이니 꺾이는 것을 두려워 말자
만약, 걸어온 시간의 흔적이 독을 품은 우리의 손끝에 있다 해도 너와 나는 꽃을 밟아 길을 만들지 말고 꽃이 피기를 기도하자 지금, 내 손가락은 또 한생의 격조 있는 말을 관통하는 중이다
우리가 놓인 시간은 자명한 내일과 불확정한 오늘의 노래로 비명횡사 하는 것이니 사랑과 이별과 거부할 수 없는 어느 가설을 몰고 와서 꽃은 지금 선연한 안녕을 뚝뚝 고하는 것이다
사색의 별빛과 수 만겁의 바람과 무수한 불멸의 밤들은 분분한 낙화落花의 회랑으로 내달리고 우리는 머나 먼 나와 가장 가까운 당신을 데려와 생의 마디에 꾹꾹 방점을 찍는 것이다
태초 나를 매혹시키는 모든 것들은 불가해여서 나는 너를 모르고 너는 나를 모르고 우린 우릴 알려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너는 다만 잠시 덜컹일 뿐, 비리게 찬란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계간 『동리목월』 2017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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