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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문자 시인 / 트럭 같은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4.

최문자 시인 / 트럭 같은

 

 

나의 마지막 얼굴은 빈 트럭

 

짐을 잔뜩 실어놨는데 길을 잃다니

이것은 질병이다

검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밤에 술술 빠지는 머리카락처럼

별들도 길을 잃는다

어렵게 쓴 일기를 쉽게 지우고

그치지 않고 사라지는 길

그것이 누구의 짐이든

검은 눈알이 달린

나는 그런 짐이 많다

 

트럭과 짐은 관념이 아니다

사람처럼

머리카락처럼

내뱉어지는 데는

사로잡히는 데는

목에 걸리고

시간이 걸린다

 

늦은 저녁

낡은 바퀴를 달고

검은 트럭 한 대가 덜컹거리며 돌아온다

떨궈진 그것이 누구의 눈알이었든

거기 놓고 벌판을 달려왔다

 

시동이 꺼져도 멸망이 아니었다

 

월간 『현대시학』 2015년 2월호 발표

 

 


 

최문자 시인

1947년 서울에서 출생.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 현대문학 박사. 저서로는 시집으로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등과 그밖의 저서로는 『시창작 이론과 실제』『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사상의 상징적 해석』등 다수가 있음. 협성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및 제6대 협성대학교 총장 역임. 2008년 제3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2009년 제1회 한송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