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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 시인 / 셋째언니
건너편 탁자에 앉은 사람을 좀 오래 보았던 것 같다
눈이 마주쳤을 때 그만 아는 체를 하고 말았는데
죽은 언니가 돌아온다면 28살로 온다면 저쪽 탁자에 가서라도 물어볼 말이 있다는 것
하루에 스무 번이나 해가 지고 있었냐고 어린 내게 쪽지에 적어 심부름 시켰던 약이 피임약이었냐고 그래서 결국 불임이었냐고 그렇다고 그게 어때서, 물방울 원피스가 우리를 가려주지 못한 것에 대해
저쪽 탁자의 사람이 유리컵의 음료를 휘휘 젓고 있는데 낮 꿈처럼 여기가 거기라고 믿어보는 일 아무리 꿈을 뒤져도 우리가 뭘 할 수 있었겠는지
폭포를 구경하다 옷이 다 젖는 경우가 그렇겠지 나비를 잡다가 눈이 머는 일도 재미삼아 음료를 휘휘 젓는군 얼음 알갱이는 소리로 존재를 알게 하니 생을 저렇게 휘저어버리면 안된다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꽃병에 꽂아두면 언니가 자랄 수 있을까 그런데 28살은 너무 잔혹하지 않니 종아리가 매끄러운 28살은,
계간 『시와 사상』 2015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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