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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림 시인 / 밀봉 ㅡ깡통 속에서
스스로를 장사지내고 관뚜껑 같은 방에 나는 담겨 있다 단 한 번도 발설되지 않은 죽음의 자궁 속은 늪이다 유폐된다는 건 날 방사放射 하는 일, 깡통처럼 대답은 없고 질문만 던져지는 허공을 닮아가는 일, 이제 살아서 내 것이었던 것들은 없다 손가락뼈가 으스러지도록 두드리던 헛된 노크도 날 벌세울 벽도 없다 나는 사망함으로써 사망思望하기 시작한다* 적막이 수의처럼 날 덮어 죽은 심장이 뛰고. 눈과 귀가 열린다 환하다 진공의 방, 없는 공기처럼 나는 아무 데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 가공한 몸이 피워대는 고독은 가공할만한 것이어서 썩어도 썩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없다 이대로 한 백년쯤 참고 견디다 보면 말이 말을 버리듯, 불화와 불화가 서로 등 돌리듯 제대로 고독할 수 있을까 잡귀가 되어 내 제삿날 슬그머니 다녀갈 수 있을까 그때의 내 독백은 흰빛일까 검은빛일까 아무 데서나 살 수 있고 대량생산된 고독이 고독이라고 우기지 않고 겸허해질까 상상만으로도 무한리필 되는 고독 속에서 뼈마저 흐물흐물, 맛있게 익어간다
*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
계간 『시산맥』 2016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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