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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진 시인 / 포클레인
완강한 주먹이 있다 지난 겨울 공사장 앞에 세워둔 것인데 길 하나 내지 못하고 궤도는 녹슬고 기어는 뻑뻑하다 완강한 남자가 그의 주인이다 흙 묻은 청바지를 입고 포클레인 삽처럼 생긴 손바닥으로는 제 식구들을 무너뜨린다 매년 지었다간 부수고 또 세우는 공사가 계속 된다 그 시끄러운 현장에서도 아이들은 그르렁그르렁 꿈속을 파내려 간다 자면서도 좌우 삼백육십 도 고개를 들고 눈치를 본다 대한민국은 4차국토종합개발계획 중 산의 절개지에 잡풀이 잘도 돋는다 한 번뿐인 생인데 예뻐야 하지 않겠냐며 꽃도 피우고 우습게도 씨까지 맺는다, 껍데기에 싸여 들판을 품고 있다 한 완강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남자의 아내이며 지금은 투병 중이다 절대로 쉽게 호전되지 않겠다는 듯 그녀가 다니는 교회의 신과 싸운다 강철로 만들어진 물음표 같은 손을 들어 간증을 한다 세상이 다 파묻혀 버리면 좋겠어요 포클레인 기사인 남편과 닮은 각진 광대뼈를 내민다 파헤쳐 놓은 뒷산에 어제 봄이 왔고 그 너머 강바닥에는 오늘 문득 밤이 왔다 트럭들은 시동을 끄고 모두 두더지처럼 눈이 캄캄하다 인부들은 작년에 집으로 돌아가서 더는 나아지지 않는 자신을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상은 완강하고 포클레인은 커다란 턱뼈를 치켜들고 거만하게 사람들을 바라본다 힘줄이 선 딱딱한 주먹을 틀어쥐고는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리모델링을 구상하지만 결국 바람조차 불지 않는 휴식이 거만하게 다가온다 녹슨 팔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누구의 말도 믿지 않겠다는 듯, 누구의 계획도 듣지 않겠다는 듯 손바닥으로 귀를 꽈악 틀어막고 있는 한 사내와 그의 아내가 목을 꺾고 입을 꽉 다문 채 불 꺼진 가슴팍에 엎드려 있다
월간 『문학사상』 2016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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