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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정영 시인 / 태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6.

문정영 시인 / 태

 

 

  그녀는 잠들지 않은 잠을 재운다

  내가 그녀의 몸속에서 지나온 캄캄한 길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그녀의 몸과 내 몸이 닿은 곳

 

  길들이지 못하는 새는 없다

  그녀의 몸에 머무는 동안, 나는 작은 부리를 갖는다 발톱은 자라지 않고,

  털은 고르지 못하여, 세상 쪽으로 더 나갈 수가 없다

 

  그녀는 잊기 위해 잠을 재운다, 수없이 떨어지는 파문의 날들 등 두드려주고 있다

  그립다 말하는 순간 잠은 손끝에서 온다,

  팔이 아래로 떨어지고 고개가 옆으로 무너진다

  그때 그립다는 말은 얼마나 아플까

  그녀 몸 가까이 대어서 듣는 물소리

  눈에 슬픔이 고이는 동안 아직 날개가 다 자라지 못했는데

 

  그녀가 보는 순간 사물들은 잠든다

  그녀가 보는 순간 사람들은 잠든다

  소리는 아프지 않기 위하여 잠들고

  입술은 떠들지 않기 위하여 먼저 노래한다

 

  불편하게 흔들리는 그 눈의 말을 들어버렸다

  눈물 한 방울에 천 개의 기억이 맺혀 있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7년 3월호 발표

 

 


 

문정영 시인

1959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시집으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문학아카데미, 1998)과 『낯선 금요일』(시선사, 2004)와 『잉크』(시산맥, 2010)가 있음.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산맥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