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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재연 시인 / 단테는 단테를 생각한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6.

이재연 시인 / 단테는 단테를 생각한다

 

 

  휴일이 되자, 단테는

  잠을 조금 더 잤다

  창문을 열고 날씨를 관망하다

  사람이기도 하고 사람이 아니기도 한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문을 외운다

  은밀했고 은밀했던 인연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단테는 영혼을 만나고 싶어 했다

  두 팔을 활짝 펴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했다

  이 거리 이 그림자들 속에서 단테는 산책을 한다

  아니 단테는 단테를 설명한다

  할머니, 할머니 부르는 어린 손녀의 투정이

  끊어졌다 다시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 같은

  저녁, 단테는 단테를 생각한다

  무엇이 다가오는지 모르는

  어린 벌레들의 울음소리

  그 눈물의 장르가 끝나면 망각의 시간은

  아이가 되어 세계의 바다에 엎드려있더군요

  더러운 눈곱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는

  호랑가시나무의 시간, 누군가는

  이미 정해진 속도로 늙어가고

  누군가는 같거나 다른 이름으로 인해

  몸이 굳어있다 우리는 무엇인가

  무엇인가 수정할 문제를 책상에 쌓아둔 채

  식사를 한다 단테는 단테를 생각한 후

  잠을 더 잤다 비로소

  단테는 단테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계간 『시와 사람』 2016년 가을호 발표

 

 


 

이재연 시인

전남 장흥 출생 200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12년 제1회 오장환 신인문학상 당선. 시집으로 『쓸쓸함이 아직도 신비로웠다』(실천문학사, 2017)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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