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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령 시인 / 밤의 아리아
빈 방에 누워 입각점을 찾는 난 망원경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밤이네 창 너머 미립자 별들도 혼자서는 길을 잃고 별무리 지는 밤이네 밤은 너무나 가혹한 미래여서 낮의 표정을 싹 갈아 치우네 소유거리에 들고 싶던 마당귀 소사나무조차 이참에 그림자를 접고 잠든 밤이네 밤은 세상의 모든 배반을 노래하는 디스토피아, 난 어머니 배속에서부터 어둠을 사랑했네 성운으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그림을 벗어나기 위해 힘차게 어머니의 배를 두드리며 시간의 테이프를 감아 또각또각 그림자를 그리며 놀았네 어머니는 씩씩한 아들일 거라 꿈꿨겠지만 망원경은 이미 수 만년 동안 인간의 것은 될 수 없었네 이제 난 밤과 새벽의 경계에 서서 그림과 그림자가 어우러지는 꿈을 애달피 구상하네 고서의 귀퉁이처럼 닳고 닳아 빈 방에 널브러진 난 그림 너머 그림자마저 사랑하기로 하네 세상에서 내가 설 곳을 찾기엔 어둠은 너무 빨리 죽는다고 느끼는 밤이네 어둠의 장막을 걷고 고상한 야만인처럼 새벽이 또 밝아오네
계간 『포엠포엠』 2017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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