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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규 시인 / 만월
두꺼운 책갈피에 백일홍 꽃잎을 끼워 넣으면서 그 여름이 지나갔다
무대는 침묵으로 가득하다 서로의 시선을 비켜서 의자가 등을 보이며 돌아앉아 있고 어떤 대사도 없이 한 사람이 올라가고 한 사람이 내려오고 여러 사람이 무심한 듯 시소 위에 올라앉아 있다 바람과 구름의 입술이 스쳐간 자작나무 잎사귀에는 비비새가 쪼아대던 새벽의 공기가 묻어 있고 무대는 의자와 시소와 침묵으로 꽉 차 있다
나는 막 이불을 펼치려던 참이었고, 나는 막 창문을 잠그려던 참이었는데 첫눈 같은 이마를 반짝이며 가을이 오고 있었다
물방울들이 스크럼을 짜고 호수의 표면을 뒤덮는 저녁
우레와 같은 커튼콜에 보름달이 불려나오고, 수면이 차오르고,
백일홍 꽃물이 책갈피 속에 환하게 백열등 불을 켠다
월간 『시와 표현』 2017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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