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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길나 시인 / 풍선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5.

김길나 시인 / 풍선

 

 

  여기, 풍선이 있어요

 

  풍선은 하늘과 땅이 맞붙은 지평선들로 가득  

  파동 치고 있어요

 

  달려온 두 마음이 지평선에 닿아 종소리로 떨고 있어요

  그러나 종소리는 접혀져 들리지 않아요

 

  납작하게 접힌 구름 아래 수련은 연못을 마시고

  수련 이전과 이후를 두릿거리다가 수련을 떠나갔어요

 

  지평선을 넘어가고 넘어온 내 만 년 고독을

  접힌 창공이 눌러 놓았으나

 

  만 년 동안의 내 슬픔은 사랑으로 가지 못했고

  사랑은 아직 태어나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누가 풍선을 불기 위해 푸른 날숨으로 오고 있군요

 

  막 안에서 시간이 팽창하고 우주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데요

  펴진 강물이 휘늘어지는 버들가지를 적시고 ​

  점으로 떠돌던 새가 날개를 펴들어 풍선에 실려 날아가고 있군요

 

  어디로,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요?

  우주풍선의 막이 저토록 얇은 것이라면……

  그러면,

  지금 여기는 풍선 안일까요 밖일까요

 

  밖이라면,

  이곳은 또 어느 우주일까요

  꽃으로 펼쳐진 목련이 어리둥절해 제자리를 자꾸 두리번거려요

 

월간 『유심』 2015년 10월호 발표

 

 


 

김길나 시인

1995년 시집 『새벽날개』로 등단하고 1996년『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빠지지 않는 반지』, 『둥근 밀떡에서 뜨는 해』, 『홀소리 여행』, 『일탈의 순간』, 『시간의 천국』과 산문집『잃어버린 꽃병』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