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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과니 시인 / 찢어지게 가난한 어느 가마니의 노래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5.

송과니 시인 / 찢어지게 가난한 어느 가마니의 노래

 

 

  저 늙은 우주가 해체해버리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선천적 위장술의 혀를 가진 뱀 가죽일까.

  그것은 불순한 탁란을 온몸으로 키워내는

  어느 새의 애틋한 한 소절 노래일까. 아니면, 그것은

  비물질적임의 서정 속으로 귀의해버린 별의 빛일까.

 

  수많은 비어와 속어 터득한 이파리 군중 속에서

  직립보행 발굽소리 고수해 온 파열음의 바람

  한 줄기 어찌 허물고 보았을 때,

  경계심이란 것은 안과 밖이 불투명하도록 차단한 막

  자기 보호의 포장일 뿐인 것이다.

  그것은 이기심이라는 곳간의 종이벽이라고도 할까.

  오랜 추구 서사적 물질의,

  그 선천적 알고리즘의,

  미주알고주알 조립한 페이지의,

 

  그 언어들에게 빛나는 표지 입히면

  책은 돌덩이보다 무거운 것 된다. 보아라. 그런 날들

  따로 데리고

  한 고뇌는 카타르시스의 난간에 아스라이 걸터앉아

  찢어지지 않는 의식적 고집으로 팽팽한 것

  비물질적임의 씨줄과 또한 그러함의 짱짱한 날줄

  엮는다. 짠다.

  그 안에 알고리즘의 밤은 별빛을 사재기,

  포개고 누르고 겹치고 엎치고 덮치고 누르고 쟁인다.

 

  그러나 그것은 줄줄 샌다. 그럴수록 그것은

  더더욱 빠져나간다. 그지없이

  그지없다. 서사적 조급함으로 질주하는 물질문명

  그들 앞에 결코 얼굴 내밀지 않은 것

  비물질적 서정들, 유성의 비행 도모하는 그 가사(歌詞).

  그러므로 나는 별이다. 그, 그의 그.

 

계간 『시산맥』 2015년 여름호 발표

 

 


 

송과니 시인

백제예술대학교 극작과 졸업. 2002년 《현대시》로 등단. 2015년 시집 『도무지』로 재등단.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으로 『도무지』와 『밥섬』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