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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석 시인 / 매혹
창밖을 내다보며 나는 음악의 모래를 귀 밖으로 흘리고 있었다 음악의 모래가 고운입자가 되어 휘날렸다 나의 귀에서 흘러내리는 음악의 모래가 모래 산이 되어 쌓였다 모래 산이 거대해서 수습할 수가 없었다
한 음악이 허물어지고 또 한 음악이 형상을 얻어갔다 나는 원형을 잃어갔고 나의 원형이 복원되었다 다시 형체가 시작되는 시간의 나는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보고 있었다 나의 눈이 풍경을 바꾸며 허물어졌다 나의 가슴이 음악을 바꾸며 복원되었다 나는 나의 허물어짐도 모르는 채였다 나의 생성도 모르는 채였다 허물어진 나는 땅이 있는 곳에 발을 빠르게 옮겨가듯 복원되었다 내가 탄 차가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토록 쉽사리 허물어지는 모래 위에 가녀린 빗방울이 깨어지며 떨어졌다 봄꽃은 견고한 곳이 없어서 한 잎 두 잎 봄을 쌓아올리면서 한 잎 두 잎 봄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견고한 곳이 없어서 견고하지 않은 나는 모래의 사람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모래의 사람으로 생성되고 있었다
시간은 튼튼한 뿌리가 없는 나무였다 햇살은 쉽사리 져 내리는 꽃이었다 모래의 산으로 거대해진 나는 스스로 음악의 모래에 묻혔다 음악을 따라 너무 멀리까지 간 나는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계간 『포엠포엠』2016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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