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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용화 시인 / 목백일홍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5.

정용화 시인 / 목백일홍

 

 

  태양을 입에 문 구름들이 골목길을 쳐들어온다 여름을 다 소모한 꽃들의 이름을 당신이라고 부르면 푸른 주문을 외던 젖은 音이 있어 문득, 누군가는 어깻죽지가 아프다 목백일홍 나뭇가지에 새들이 그늘의 쓰임새를 찾아 날아들 때

 

  나는 두 번째 발가락이 오래 간지러웠다 가령 우리가 서로의 눈 속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는 꽃들을 읽어낼 때 조금 벌어진 틈으로 여름을 흘려보내면 봉우리로만 머물다 활짝 피어난 꽃 속에서 붉은 눈을 가진 새를 어미로 둔 나의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계절을 해명하는 것이란 아직까지 나뭇가지가 붙잡고 있는 새의 울음으로 귓속에 심어놓은 또 다른 울음을 발굴하는 것 너라는 간절한 색으로 피어나는 시간 저 붉은 날개를 위해 몇 번의 계절이 다녀간 것일까

 

웹진 『시인광장』 2016년 8월호 발표

 

 


 

정용화 시인

충북 충주에서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2001년 월간 《시문학》을 통해 등단.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흔들리는 것은 바람보다 약하다』와 『바깥에 갇히다』, 『나선형의 저녁』이 있음. 2012년 수주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