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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시인 / 낙천주의자
그는 그림자를 샀다 비싼 것으로, 색깔이 환한 것으로
밥을 먹거나 심지어 운동을 할 때도 데리고 다녔다 그는 특이한 거미를 수백 마리 키우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게 취미였다 그러나 잘 죽어지지 않았다
팔을 자르고 몸의 안쪽을 뜯어 내 조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의 비명소리로 제목을 달았다 그런 복잡하고 불편한 자세를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도 모르고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엎드려 책을 볼 때는 혹시 잠든 뱀이 아니었을까 뱀의 배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얼굴이 없었으므로 화장을 진하게 하고 다녔다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그를 원망하며 멀리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르고 도박에 빠지고 취미가 바뀌어 머리가 두 개거나 귀가 어두운 원숭이를 수집하고 시집을 읽으며 지식인이 되기 시작했다
점점 그가 되어 갔다 원숭이가 싫어하는 것도 모르고
보리밥에 상추를 싸 먹으며 어느 날 커다란 망치로 그를 때려죽이고 나서야 비로소 천천히 낙천주의자가 되었다 죽는 것을 잊어버리고
웹진 『시인광장』 2016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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