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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지우 시인 / 버라이어티 쇼, 1984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6.

황지우 시인 / 버라이어티 쇼, 1984

 

 

저 새끼가 죽을라고 환장을 했나, 야 새끼야 눈깔을 엇다 뜨고 다녀? /뭐 새끼야? 이 새끼가 엇다 대고 새끼야 새끼야 나발까는 거야? 좌회전차선(左回轉車線)에서 영업용 택시 운전수와 자가용 운전자(ah, he owns a Mark V GXL Ford)가 손을 하늘로 찔러대면서 악쓴다.

 

하늘 높이,  아니 하늘 높은 줄 모르게, 교회 첨탑이  솟아있다. 빨간 네온싸인. 십자가(十字架)가 빨간 네온싸인의 `영동 카바레'  위에 켜져 있다. 무슨 통신사(通信社) 안테나탑(塔)같은 게……, 늦은 밤까지 어떤 썩을 놈의 영혼들과 교신중(交信中)인지.

 

못 믿겠어. 그들의 `약속의 땅'으로는 들어가지 않겠어. 침략자들!

 

노래야 나오너라 궁자작 짝짝/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궁자작 짝짝/  엽저언 여얼 다앗냐앙

 

나의, 문학(文學),  행위(行爲)는 답이 아니라, 물음이, 다. 속,  없는 질문이, 며 덧 없는, 의,문이, 다. 끝, 없는 의혹이, 며 회의, 이며……끝없는의혹이며회의일까?

 

그대의 의혹과  회의를 축하합니다(풍자적으로) ―제 12회 상록수 문학상  수상식에서. 이상하다. 그녀는 이 말이 전혀 진심으로 오지 않는다. 꽃다발을 받고 원로 문인들과 기념촬영도 하고 신문사에서 인터뷰도 따가고 했는데도 그 여류시인(女流詩人)은 집으로 돌아올  때는 공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강간당하고 온 기분이었다.

 

미쓰리는 옷을 홀라당 벗고 먼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 틈의  아침 햇살이여. 환한 먼지들이여. 환멸이여, 환멸이여. 죽고 싶도록, 죽이고싶도록!

 

오늘 아침 버스를 타는데, 뒤에서 두 번째 오른쪽 좌석에 누군가 한 상 걸게 게워낸 자국이질펀하게 깔려  있었다. 사람들은 거기에 서로  먼저 앉으려다 소스라치면서  달아났다. 거기에는, 밥알 55%, 김치 찌꺼기 15%, 콩나물 대가리 10%, 두부 알갱이 7%, 달걀 후라이 노른자위 흰자위 5%,고춧가루 5%, 기타 3% 순(順)으로.

 

천지신명(天地神明)이시여, 이게 우리의 지상(地上)의  양식(糧食)이랍니다. 퍼부어주세요. 퍼먹여주세요.

 

그러면 농수산부장관, 나와서 답변하시오. 도대체 추곡수매가를 인상 못하는 이유가 머시요? 이제 와서 어디다 안면(顔面) 내세울 것도 없는 국민당(國民黨)의 ㄱ의원이 단상을 치고 핏대를 세우고 아무리 언성을 높여 보이, 농촌(農村)은 그들의 과거이고.

 

야! 그렇다고  이렇게 놔두면 어떡허니? 뒤에서 두번째 왼쪽 좌석에 앉은 40대 중년신사가다소(多少) 신경질적(神經質的)으로 언성을 높인다. 답변 대신, 안내양은 뒤에서 두 번째 오른쪽 그 자리를 신문지로 덮어두고만 간다.

 

`시위 서울대(大)생(生) 4명 구속(拘束)' : 서울 관악(冠岳)경찰서는 15일 교내에서 시위를주도한 서울대(大) 4년 김(金)영수(22. 수학과) 이(李)혜자(21. 생물학과)  허희영(許熙暎)(23. 신방과) 신윤호(22. 지리학과) 등 4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행위로 구속했다. 김(金)군 등은 지난 11월 상오  1시 40분쯤 도서관과 학생식당 주변에서「민주학우투쟁선언문」이라는  반(反)정부 유인물 1천여 장을 뿌리며 시위를 주동한 혐의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 맨가슴에다 못을 박습니다.

 

거봐! 그러니까 내가 뭐래든.

 

이번 대형금융부정사건은 정부 고위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검찰총장이 발표한 이상, 이번 대형금융부정사건은 정부 고위층과 아무런 관련이 없

?

 

이런 부호 하나 찍을 줄 모르는 신문이 신문(新聞)이냐? 관보(官報)냐?

 

뭐 말이 많아, 짜식들 말야! 조져! 무조건 먼저 조져놓구 보라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는 얼굴 한번 움직이지 않고 소리로만 웃는다 철가면 철면피.

 

40이 넘은 어느 영화감독이 여중 2학년짜리를 임신시킨 일이 있었잖아 ― 야아, 그게 그 속에 어떻게 들어갔을까? 들어갈 수 있었을까?

 

모든 현실은 지옥이다. 그때마다.

 

특히,  제3세계 신생국(新生國)들 가운데 일반화되었던 `일당독재현상'은 그들의 반(反)식민주의․반(反)제국주의 투쟁의 역사 위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없다, 있다,  없다, 그렇다 없다, 아니다 있다,……

 

어제, 한국정신문화연구원(韓國精神文化硏究院)에서 주최한 모(某)세미나에 패널 토론자로서5인(人)의 국립대학교수들이 참석했다.

 

대학병원 정신병동(精神病棟) 창가 ―  붉은 제라늄이 피었다가 팍 사그라든다(F․O). 이 세상의, 아무리 하찮은 꽃일지라도, 거기에는 어떤  정신(精神) 같은 것, 혹은 어떤 정령(精靈)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붉은 제라늄에게는 붉은 제라늄의  정신(精神), 혹은 붉은 제라늄의 정령(精靈)이 있을 것이다.

 

정신(精神) 좋아하시네 ! 무슨 얼어죽을 정신이냐, 정신이긴.

 

박노석. 23세. 선반공. 월수입 10만 원. 그는 기름 묻은 손으로 고구마뎀뿌라를 집어먹는다. 그의 손톱에 까만 때가 끼어 있었다. 그것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이선영(21세. 이대(梨大). 식품영양학과 3년)에게 혐오감을 주었다. 튀김집 아줌마가 새 튀김을 가져다줄 때까지 박노석은 뎀뿌라를 어그적어그적 씹으면서, 여대생으로 보이는 그 여자를 뚫어지게 꼰아보았다. 이선영은 기분이 완전히, 잡쳐버렸다. 금방 씹어먹을 것 같은 그의 적의(敵意)어린 시선 앞에 자기 몸이 구석 구석 남김없이, 속속들이, 발가벗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년 후 ― 에도 그의 아들이 그녀의 딸을 그렇게 만날까?

 

수퍼마케트 양쪽 벽이 다 거울이다. 한쪽 거울이 다른 쪽 거울을 감시(監視)하고 다른 쪽 거울은 감시하는 한쪽 거울을 감시하고 한쪽 거울은 또또 그것을 감시하고 또또또 감시하고……

 

`임제(臨濟)스님은 선상(禪床)에 앉았다가 내려와서 한 손으로 좌견(坐見)을 거두어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마곡(麻谷)스님을 잡고서 물었다. "십이면관음(十二面觀音)은  어디로 갔니?" 마곡(麻谷)스님이 몸을 돌려 승상(繩床)에 앉으려고 했다. 임제(臨濟)스님은  주장자를 잡고 그대로 후려갈겼다. 마곡(麻谷)스님도 그것을 맞잡은 채 서로 붙잡고서 방장(方丈)으로 들어갔다.'

 

지하철 공사장 입구에 자동인형인간(自動人形人間)이 붉은 손전등을 좌우(左右)로 흔들고 있다. 밤 11시가 넘도록 하염없이 좌우(左右)로 흔들고 있다. 공사중. 추락주의! 지하 20M

 

어느 날 어느 때를 위해 지상의 삶을 일체 지하로 대피시키도록!

 

이건 하나의 가정인데요, 만약, 만약에 말임다, 내가 이 말을 끝내자마자, 지금 당장 핵(核)폭탄이 서울 상공(上空)에 떨어진다면 그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예비군 훈련 때 배운 대로 화생방 수칙을 지키겠다.

 

가만히 앉아 있겠다.

 

기도를 해본다.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심정(心情)으로 면도를 한다.

 

속옷을 갈아입는다.

 

부모님 계신 고향을 향해 절을 한다.

 

새끼들을 껴안겠다.

 

꼬불쳐둔 양주를 마신다.

 

마누라랑 최후(最後)로 한 코 하겠다.

 

그렇다면  핵(核)이 귀하의 상공(上空)에 적재(積載)되어 있다는 사실을귀하는 알고 계십니까?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그걸 알면서도 모르면서, 모르면서도 알며서, 알면서도 말 못 하면서, 끈덕지게 달라붙어서 진물을 빨고 있는 1천만 마리의 딱정벌레들. 날마다. 밤마다. 화 염 아래의 눈먼 삶. 가련한, 가련한, 아 가련한

 

우리가 모두 한꺼번에 죽는다면 우리에게, 죽음은 없다.

 

20대 여인(女人)의 등에 업힌, 생후(生後) 삼개월(三個月)짜리 갓난아이를, 젊은 탁발승이 경멸적인 눈꼬리로 쏘아보고 있었다. 욕정(欲情)의 더러운! 사타구니에서 연(蓮)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난 사람의 애벌레. 갓난아이는 세상 모르게, 세상을 두리번거린다(1984.1.31. 강남 터미날 귀성객(歸省客) 대열에서. 전주행(全州行) 차를 기다리면서).

 

그러나 바로 그 욕(欲)정이 인류(類)를 떠받치고 있어.

 

종삼(鍾三). 피카디리극장(劇場)간판에는  유명한 우리나라 여배우(女俳優)가 노골적(露骨的)으로 가랭이를 짜악 벌리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연 3개월 간. 우측 하단에는 그녀가 벌거벗은 남자의 상체를 끌어안고 요동치는 씬도 있다. 눈을 감고 입을 쩌억 벌리고 헐떡거리며 신음을 쾌ㄱ쾌ㄱ 지르며. 한 시대의 삶과 문화(文化) 전체가 포르노그라프일 때 우리가 식은 새벽 방바닥에 엎드려 시(詩)를 쓰는 이것은 무슨 짓이냐? 무슨 짓거리냐?

 

헬스 크럽의 석유난로 하나가 호텔  한 채를 새까맣게 태워먹고, 7층 8층 창가에서 서로 모르는 선남선녀(善男善女)가 헬기(機) 구명(救命) 로프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줄을 잡고 가다가 공중에서 떨어져 죽고, 구경꾼들은 그것을 구경하고, 9층 10층에서는 무더기로 엉켜서 사람들이 타죽어 있고.

 

야 사람 뒈지는 것 한두 번 봤냐? 뭐, 30명밖에 안돼잖아.

 

그러나 소설가(小說家) 김원우씨는 나와 술 마시면서, 한국 중산층들은 절대, 통일(統一)을 원치 않는다고 단언하고.

 

이산가족(離散家族)들은 상봉 후 다시 뿔뿔이 이산(離散)하고.

 

세월은 원통하다! 세월이 원통해!  세월이 원통! 그 세월이! 원통!  원통해! 이가 갈리도록.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죽은 그 어린이는 어느 한적한 시골 국민학교 교정에 동상(銅像)으로 서 있고.

 

출근 시간 ― 횡단보도에  구청 직원들, 근처 은행원들, 동사무소 직원들이 `거리질서 확립'캠 페인 띠를 가슴에 두르고 혹은 그런 피케트를 들고 서 있고.

 

질서(秩序)의 저 끝은 궁극적으로 칼 끝에 닿아 있고.

 

선진(先進)이라는 이름의 끝 없는 행진(行進).

 

근처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황색기(黃色旗)를 들고, 마구 건너 가려는 행인들을 저지한다.

 

제지당한다. 모든 관공서, 모든 학교, 모든 군관민 직장에서. 십칠시 정각에 전국적(全國的)으로 동시(同時)에 국기 하기식이 실시되고, 무심코 지나가던 보행자도 황급히 서서 보이지 않는국기를 향해 경례한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원기왕성하게, 군기가  꽉 들어서  거수경례를 하고.

 

이런 모습을, 년 BIG BROTHER께서 보시면서 하시는 말씀 : "보기에 좋더라."

 

餠煎こすシ觀壙  봄 ― 나무에로, 민음사, 1985

 

 


 

 

황지우(黃芝雨, 1952 ~ ) 시인

본명은 황재우. 1972년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문학활동을 시작. 1973년 유신반대 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 당하였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적되어 서강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1985년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1991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