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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숙 시인 / 목련은 흰피 동물이다
악마의 마을에서 방금 도망쳐 나온 흰피 동물이다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때로는 달빛으로 양식을 대신하며 그는 마당 안쪽을 시퍼렇게 물들였다
그가 잠들었던 북쪽 방에는 볕도 들지 않았다 밤에도 흰 그늘이 소복했다 침묵이 어둠으로 가라앉던 그곳에 가끔씩 소리가 찾아오곤 했는데 태엽만 감아주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오르골 인형이 소문을 끌고 골목 안을 쓸고 다녔다
제 스스로가 부적이 되어 액막이처럼 지나가는 바람에도 몸을 비틀던 그는 모질게 주위를 물리쳤던 상처족 햇살이 솜털로 가느다랗게 일어서는 오후 등짐 하나 달랑 매고 우리 집 대문을 밀고 들어섰던가
뱃속에 아기를 품었던 거다 욕망을 하면 쇼크가 오는 슬픈 짐승 한사코 북쪽으로만 꽃망울을 맺었다 헛기침처럼 오는 발자국에 꽃 모가지 떨구면서 빈 가지 움켜쥔 손 혼자서도 떨었다
그것은 소리의 향을 밟고 오는 통증 내장 환하게 흰 피로 가득 채운 넓고 하얀 꽃이파리 유빙처럼 흘러왔다 떠나버렸던 봄밤, 길목 어디쯤에서 한번은 만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웹진 『시인광장』 2016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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