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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림 시인 / 겨울의 빛 1
일월달 내내 폭설이 내렸다는 중부 지방에서는 30층 건물이 꽁꽁 얼어 동장군이 되었는가 하면 소리도 빛도 사람도 얼어붙어 아침과 저녁으로 이상한 빛을 발했습니다. 하얀 아이나 그의 어머니가 걸어감직한 빛이었습니다. 꿈결 같은 빛이었습니다. 외국 손님 한 분이 그 빛을 받고 어제 아침 우리나라에 와, 우리들은 연변으로 나가 환영했습니다. 개들도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때마침 함박눈이 만국기처럼 펄펄 내려, 손님은 함빡 함빡 웃음을 웃고, 웃음만큼 쓸쓸하기도 했던 우리들은 그날밤 술을 마시고 서벌을 걸었습니다. 걸어가다가 돌아왔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문학과지성사, 1982
최하림 시인 / 겨울의 빛 2
지난 겨울, 남행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마침 창 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건너편 의자에 앉은 아이들이 좋아라 눈길을 밖으로 보내고, 외국인 부부도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씨부렁거리고, 눈을 평범하게 볼 줄 아는 시골 아낙 서너 명도 그네다운 눈짓으로 유난히 아름다운 눈이란 시늉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열차에 소나 말이 타고 있었더라도 소나 말도 두 발을 들고, 소리질렀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열차는 기쁨의 열차인 것 같았다. 기쁨이 눈처럼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작은 마을에서, 문학과지성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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