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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시인 / 그 나라에서 온 엽서
몇 년만인지요 이곳엔 나무와 공원과 연두색 이삼층 목조집들만 가득합니다 아래층엔 조용하고 깨끗한 헌책방 다락방 숙소엔 하늘이 보이는 격자천창과 녹색의 흔들의자가 있습니다 바로크풍의 책상과 오렌지 갓스탠드도 세 개나 있습니다
천둥번개 치던 날 당신의 전화벨소리 그치지 않고 저 아득한 원시로부터 마음 사냥을 나온 공포도 그치질 않아 아름다운 방 버려두고 남의 방문 앞 어둠속에서 한강 근처에서 봤던 당신의 가을, 그 가을들을 어떻게 다 건넜던가, 꼽아봤습니다
좋아하지 않던 단맛이 생존에 필요하단 걸 느껴 비스킷과 맥주를 사왔습니다 급히 먹고 난 비스킷 겉봉엔 익혀 먹으라고 써있고 맥주병에는 쓴 약이 몸에 달다 써있었습니다 한 늙은 백인 아내는 흑인 남편보다 일주일 먼저 떠나면서 내 남자를 기내용 트렁크에 넣어 데려가고 싶지만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풀밭 토끼가 도망가지 않으므로 사람쪽에서 그만 도망을 다닙니다 매일 고양이를 보러 가는 건 유행이어서가 아니라 왠일인지 당신이 드물게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창틀 화분에 물 주는 일보다 달력에 물 주는 일이 더 이로울 듯하지만
어떻게 비사교적인 당신과 겹쳐버렸는지 추억의 유리창 너머 기웃대려 오늘은 <myself>, 서울의 식당 물컵 같은 이름의 펍에 갑니다 눈발인지 세월인지 맞으며 초저녁부터 가렵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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