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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순 시인 / 버려지는 울음은 없다 2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6.

강순 시인 / 버려지는 울음은 없다 2

 

⸺자귀나무

 

  내 영혼은 꿈이 커서

 

  붉은 왕관 두르고 팔을 멀리 뻗어

  나는 여름의 제왕으로 산다

 

  당신은 울지 말고 내 품으로 오라

  여름 태양이 잔인하니

  나의 품은 당신의 자리

 

  내 울음을 보라

  당신 대신 울어주는

  위로의 문장, 세상에 지친 이들 다 안고

  나는 이미 뜨거운 문장

 

  높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들은

  나를 버리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바닥으로 향하는 깊은 한숨이고 싶어

 

  낮은 것, 나의 당신아

  소실점에서 당신과 나는 살 맞대고

  천 톤의 문장을 섞자

  비단뱀조차 쉬어 가라

  첫사랑도 쉬었다 가는 내 허리야

 

  나는 제왕답게

  왕관 쓴 채 일어나고 왕관 쓴 채 잠이 든다

  울음에 지쳐 어느 순간 왕관이 더 붉어진다

 

  내 울음이 가장 붉어서 푸른 순간은

  지나가던 당신이 나를

  아! 자귀나무 꽃이야! 라고 소리친 때였다

 

계간 『열린시학』 2019년 가을호 발표

 

 


 

강순 시인

1998년 《현대문학》에 〈사춘기〉 외 4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이십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가 있음. 2019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