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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철 시인 / 지성인(知性人) 또는 선량한 시민... 원제 : 지성인(知性人) 또는 선량한 시민(市民)이 되어
그래, 4년 동안 참 잘도 참았었다
자유(自由)와 정의(正義)에 대하여, 알고 싶었었다 듣고 싶었었다(보고 싶었었다) 진리(眞理)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고 싶었었다 무엇인가 높은 목소리로 외쳐 보고 싶었었다
사립대학(私立大學) 문리과대학(文理科大學) 건물의 날카로운 스카이라인
그리고 무뚝뚝한 돌로 세워진 도서관(圖書館) 건축물 그 옆으로 늘어선 낯설은 수목(樹木)들, 그 위로 작열하던 태양(太陽)이 너무나 싸늘했었다 그 모든 것들을 감싸 주던 시간(時間)들이 너무도 두려웠었다
너무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사람 모이는 곳이라면 아예 가지도 않았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관계(關係) 없는) 외국어(外國語) 공부만 열심히 했다 가끔씩 왜 사냐고 생각이 물어 오면 생각아, 제발 그런 생각일랑 말자 했었다
` ……물러가라, 훌라훌라'
단어실력(單語實力)이 늘고 담배가 늘었다
`……무울러가라, 후울라훌라'
생각, 훌라훌라, 생각을 말자 했었다 가끔 바깥에서 술을 마시노라면 (사월(四月)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말이 튀어나오곤 해서, 불순(不純)한 술도 삼갔었다, 삼가했었다
Weialala leia Wallala leialala
그리하여또세월(歲月)은강물처럼흘러가고 그리고죽은말,마을에서는라일락도시들고 추억과원망(願望)?사라지고잠든뿌리들은다시잠들고 (아아아아, 저거대한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위인(爲人)들!) 회전목마(回轉木馬)는빙빙돌아가고애들은다만캬드득거리고
아, 4년 동안 참 잘도 참았었다
그리하여뒹구는돈,돼지들은한사코뒹굴게될것이고 어설픈희망가(希望歌)들쯤이야제풀에그쳐지게될것이지만 그렇지만아아는가친구여일은이제부터
시작인것을,지난겨울그얼음위에서도 행상(行商)들은나와서장사했고뒷골목어린애들은 그추위속에서도잘도굶고자라주었었다
시방, 아아아아 (저 위대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작자(作者)들, 난 그들의 당의정(糖衣錠)에서 노예의 상대주의를 배웠었고, 그 아카데믹한 패배주의하며 그 미꾸라지 같은 불가지론(不可知論)을) 알아, 이제는 다 알아, 알고 싶어했던 그 모든 일들이 두껍고 두껍던 책, 그 속에 씌어 있던
……`학문(學問)과 양심(兩心)의 자유(自由), 데먼스트레이션의 자유(自由)?'
모든 것들이 단지 (허, 허허허) 우스울 뿐이다, 정직(正直)하게 생긴 도사(道士)님들의 입들이 화려한 넥타이에 목이 죄인, 지금
Wallala leialala, 훌라훌라, leialala
생각해 보니 정말 우습지도 않은 입들이다 화려하게 넥타이로 목을 죈 지금,
……`자유(自由)? 자유(自由)의 기라바해?'
생각해 보면 정말 모두가 우습지도 않은 일들이다.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사, 1984
박남철 시인 / 지품중학교
― 학교 뒷산에 올라가 쌍안경으로 바다를 바라보곤 하던 여자가 뭐 그리 대단한 여자는 아니겠지만
미자가 시장에 간 사이에 미자의 편지를 훔쳐서 읽었다 미자의 편지를 훔쳐서 읽었다 미자의 편지를 훔쳐서 읽은 편지는 경북 영덕군 지품면에서 날아온 건데 경상북도 영덕군 지품면 지품중학교 그녀는 벼락치기로 나와 맞선을 보고 잠실단지(蠶室團地)(누에 치는 단지)로 끌려 올라온 건데 그녀는 자꾸만 자꾸만 콘크리이트 단지를 경원하면서 행복한 누에들의 잠실 그레고리 잠사들을 두려워하면서 경상북도 시골군 시골면 시골중학교 그녀는 자꾸만 자꾸만 애벌레처럼 훌쩍거리면서 애벌레처럼 이불 뒤집어쓰면서 싫어 난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고 싶어요…… 한다
(나도……)
마고산의 봄 기운이 교정까지 내려왔습니다 그 동안 별고 없이 잘 지내시는지요(with 박남철) 그럭저럭 송 선생님이 떠나신 지도 두 달이 가까와지는군요 이곳의 선생님들도 매일매일 그럭저럭 청춘을 보내고 있답니다 완벽에 가까울이만치 잔소리 잘하시는 교감 선생님 밑에서
요즈음은 반찬이 없어서 성 선생님 집에서 단체투식(團體偸食)을 하는데요 어제 저녁에는 성․권․정․장 이렇게 넷이서 투전판도 벌였답니다 미숙한 정과 성이 너무 많이 잃어서 언제 다시 한번 날을 받아 도전을 받아 주어야 될까 봐요 오늘은 월례 고사 날인데 1교시 시간이 비어 이렇게 몇 자 적어 보는 겁니다 지품의 재미있는 얘기 많이 적어 보려 해도 소재의 궁핍․게으른 습성․기타 등등 때문에 제대로 잘 되지가 않는군요 대신에 송 선생님이 그곳 서울에서의 화려한 사연 많이많이 보내 주세요 우리 노(no) 처녀 선생님들의 신선한 자극제가 되게 말입니다
여기 송 선생님이 부탁하신 의료 보험에 관한 서류 동봉합니다 이 사본을 박남철씨가 근무하시는 학교에 제출하시면 즉시 등록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인선 선생님도 사표가 수리되어 곧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게 될 것 같아요 송 선생님의 후임자는 춘천이 고향인 아담하고 조용한 아가씨입니다 지금도 제 앞에서 다수굿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생각하시는 듯하군요
송 선생님 아주 가끔씩은 그래도 이곳의 일들이 생각나시겠지요 저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오래도록 이곳에서의 일들이 지워지지 않을 듯하군요 그만큼 이제 이곳은 저와 인연이 얽힌 운명의 장소가 되어 버린 듯합니다 송 선생님 그럼 다음 소식 전할 때까지 몸 성히 안녕히 계셔요․․․․․․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사, 1984
박남철 시인 / 집에 대하여
1
3년 동안 있던 하숙을 쫓겨나게 되었다 1년은 동거 생활을 했고 1년은 자취했고 1년은 하숙했다
나는 집이 없어 거리귀신처럼 술을 마시면 젖가슴 생각 나고 젖가슴은 사타구니 내가 동거 생활을 같이 했던 여자는 지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도 이 조용한 시간 정신을 차려라 나도 남을 가르치는 사람인데
선생님 너무 개인적인 고뇌에 빠지지 말라구요 선 생님은 APT에 사시고 사모님이 무척 예쁘 시더군요 제가 술을 안 마시면 내 누이들의 팁은 누가 줘요 이건 아주 현실적인 문제인데 요즈음은 힘도 없어요 내 앞도 못 닦는 주제 사랑이 없어요
어느날 갑자기 참사랑은 불어 닥치지 않고 나이 든 수위가 젊은 남선생을 때리면서 교× 선생님의 번들거리는 눈, 박 선생 미안하지만 경동시장에 고추장사를 시작하려구 2백이 있으면 돌려주든지 아니면 전세를 내놓을까 하고 야 너 요즘도 술 많이 마시니 또 어느
여자와 살구 있니 선생님, 선생님은 APT에 사시고 나는 APT에 살고 싶어 APT를 비판하지 마세요 나는 APT도 없는데요 선생님, 심사위원 선생님
누가 내게 방 하나만 빌려 줘요
2
누가 내게 방 하나만 누가 내게 누가 내게 방
부끄러워요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사,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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