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초혜 시인 / 어머니 32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3. 17.

김초혜 시인 / 어머니 32

 

 

자식을 즐기는

어머니 사랑

자식의 가슴에

물로 새겨지고

어머니를 그리는

자식의 사랑

어머니의 가슴에

불로 타면서

주고 받음이 아니게

줌으로써

섞이게 한다

숨어 있으나

영원한 근원

어둠도

빛도

묽게 해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운다

 

어머니, 한국문학사, 1988

 

 


 

 

김초혜 시인 / 어머니 34

 

 

헤어져

흐려지지 않는

정이 없는데

잊는다 생각는다

구별 없이

오래도록

다하지 않는 것 있어라

 

자식의 것이라면

더러움도

당신의 것이라

덮어 숨기고

자식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태웠기에

달다 삼키지 않고

쓰다 뱉지 않으며

키우고 깨우는 일

마땅하다 건느셨네

 

어머니, 한국문학사, 1988

 

 


 

 

김초혜 시인 / 어머니 36

 

 

고운 옷보다는

덕을 쌓으라던

당신의 소박함이

뿌리를 내려

화려함은

부끄럽습니다

 

사치하면

검소해지기 어려우니

검소함 몸에 익혀

쓸데없는 꾸밈

벗으라던 말씀

지금도 들립니다

 

사람으로 쓰이지 못하면

부모에게 누가 되니

자기를 이겨내

몸과 목숨

헛되이 말라는 말씀

저를 겹으로 두릅니다

 

어머니, 한국문학, 1988

 

 


 

 

김초혜 시인 / 어머니 47

 

 

세상의 일

욕심대로 되지 않으니

욕심을 줄이라는

말씀

 

애써 하려 해도

안 되는 것 있고

저절로 두어도

되는 일은 된다고

 

모든 허물은

제가 지어

제가 입는 것이니

그것에 매이지 말고

 

스스로 억제하는 힘

기르라는

당신의 뜻

따르기 어려워라

 

어머니, 한국문학, 1988

 

 


 

 

김초혜 시인 / 일기(日記) 1

 

 

숨어서 잡니다

모습을 아는 이가 있으면 절명하듯 잡니다.

비밀을 지키듯 잡니다

일어나서 뛰어도 잠 속입니다

화살은 녹아서 눈물이 되었습니다.

아파서 아픈 것인 줄 모르던 과오는

불을 끄지 못한 채 깨어서 잡니다.

 

떠돌이 별, 현대문학사, 1984

 

 


 

김초혜 시인 ((金初蕙) 1943 ~ )

소설가 조정래씨의 부인으로 1943년 9월 4일, 서울 출생. 청주여고.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4년 현대문학 '길' 등단. 2008 제20회 정지용문학상. 1985 제18회 한국시인협회상. 1984 제21회 한국문학상 수상. 한국현대시박물관 관장. 한국여류문학회 이사. 가정법원 조정위원. 한국문학 편집장 역임. 시집으로 《떠돌이 별》,《사랑굿 1》,《사랑굿 2》,《사랑굿 3》,《세상살이》 등이 있으며, 소설가 조정래 작가와 부부 사이다. 월간 한국문학 편집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