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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경 시인 / 방향성
개가 사람처럼 침을 뱉는 걸 보았어요 사람을 개가 끌고 가요 흔치 않은 장면이지만 서쪽을 향해 이삿짐 트럭도 사람을 끌고 가요 손 없는 날에는 고양이를 보내고 싶어요 이사하기 좋은 날이므로 어둠을 물 줄 아는 불도그는 어떤가요? 고양이 털과 고양이의 간격은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볼펜은 돌리기에 좋고 모르는 정답을 한쪽으로 유도하죠 저는 여전히 오른쪽 신발을 던져 나아갈 길을 정하고요 아버지는 외출복을 차려 입고 신문을 뒤적입니다 오늘의 운세에 따라 당신의 목적지로 끌려가겠지요 외출한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손바닥 위에 침을 올리고 오른손을 내리쳤을 때 침은 개 방향으로 튀었고 저는 침을 뱉는 개가 되었어요 요즘 신축 아파트엔 다크 그레이톤 가구가 유행이라는데 유행은 막막하므로 그냥 어둠을 물래요 그런 어둠도 침을 뱉어 방향을 잡겠지요 일방으로 어둠을 끌고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요 도심가 으슥한 곳에 버려진 신발은 방향 잃은 고양이인가요 손 있는 날에는 내가 나를 끌고 가는 꿈을 자꾸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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