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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시인 / 얼치기완두 자화상
강입니다 최강입니다 녹색으로서
소질을 갖춥니다 뒤집기에 뒤집어지기에 믿음을 갖진 마세요 언제 뒤집힐지 알 수 없으니 쯧쯧 혀만 차주세요 차이긴 선수지요 바람을 좋아하니 매번 바람맞기는 완두의 몫입니다 목이 메입니다 목을 메고서
흔들 줄 압니다 흔들릴 줄 압니다 얼치기완두입니다 흘러내리기 좋은 깍지를 가졌습니다 혼자서도 잘 놉니다 콩콩 잘 뛰다 보니 나이가 들었군요 나이가 많지만 막내가 되기도 합니다 죽은 자들의 도시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가려다 터진 체 혼자 잘 놉니다만
방치된 적 있습니다 밤에 몰래 갖다 버렸습니다 깨어난 개미누에들이 머리에 달라붙습니다 메두사입니까? 아름답군요 아직 감탄하긴 이릅니다 첫사랑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누구든 관심을 보이면 철커덕 달라붙는 자석 누구의 자식도 아닙니다 아홉 살에 엄마를 죽였습니다 죽은 엄마는,
카페에서 소개팅하는 남녀의 대화를 엿듣습니다 휘감는 것은 완두의 오랜 버릇 그래서? 혼자? 같은 말을 훔쳐다 놓습니다 남의 시집을 들추다 부르르 떱니다 사색을 띱니다 딱히 쓸모는 없지만 엄마는 아름답습니다 쓸모를 버릴 줄 알아서
녹색입니다 녹색을 희망합니다 녹색이 세상을 뒤엎기를 엄마가 녹색의 땅으로 돌아오기를 바람입니다 부풀어 오르는 엄마는 빵입니다 사실 엄마만 빼면 잃을 것이 없습니다 빵을 먹으려다 뻥을 먹습니다 녹색은 바람이 중요합니다 엄마면 다 좋습니다 완두는 다 좋습니다 계속 엄마이겠습니다 개인사입니다 뻥입니다 아름다울까요? 새롭게 매달려 보겠습니다 대롱대롱
강으로 최강으로 녹색으로 바람은 끝나지 않고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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