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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혜 시인 / 하늘이여 하늘이여 1
나는 사랑을 조금씩 섞어 역사를 죽이는 검은 증인이올시다 그대들 죽은 눈을 외면하고 그대들의 피로 치장한 그러면서 그대들에게 풀려나기를 바라 온 죽은 꽃을 꺾는 절개없는 육신이올시다
세상살이, 문학사상사, 1993
김초혜 시인 / 하늘이여 하늘이여 2
죽음을 피한 삶 위에서 죽은 이들을 노래하는 뉘우침은 또 얼마나 헛된 것인가
양심에 들볶여 너의 넋을 내가 입고 비로소 너의 죽음을 흉내내는 떠다니는 모습
무릎이 뒤틀리는 절망 속에서 가망없는 다리 하나가 땅을 헛디뎌 솔깃한 곳에 놓여진대도 나는 내게 관을 씌우련다
세상살이, 문학사상사, 1993
김초혜 시인 / 하늘이여 하늘이여 3
나는 보았다 그대 묻힌 곳에 피어난 꽃무덤을
무덤에 얼굴을 대면 아직도 뛰고 있는 그대의 젊음을
어두워져 가던 시대의 앞장에서 얼어붙은 어둠을 불타오르게 한 것은 그대의 피였다
역사 속에 남긴 뚜렷한 흔적이 망월동에서 커가고 있는데 보잘것없는 한숨을 노래라 지으며 무릎을 꿇는 것이 고작이었다
세상살이, 문학사상사, 1993
김초혜 시인 / 하늘이여 하늘이여 7
모든 것이 변하고 우리는 사라져 가고 기억은 희미해질지 모르나 그대들 꽃무덤은 해마다 다시 피어나리
어둠에는 어둠으로 칼에는 칼로 맞서던 그대들 죽음
죽임을 당한 순간에도 옳다 한 것은 바꾸지 아니 하였으니 폭도를 아름답다고 우리는 운다
세상살이, 문학사상사, 1993
김초혜 시인 / 환영(幻影)
얼굴조차 잊었다 생각수록 더욱 멀어질 뿐 빈 얼굴만 세월에 걸려 있다
바람이 불고 들끓는 아픔이 일상을 몰아치면 거울 속에 하늘 그게 당신이다
눈먼 사람같이 귀먹은 사람처럼 내게 오는 가능성 돌아와 모른 체 빗겨 지난다
그의 기억은 젊은 나이로 살게 한다 육순이 지난대도 당신의 가슴에 피어나는 꽃이다.
떠돌이 별, 현대문학사,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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