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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영숙 시인 / Moldova

by 파스칼바이런 2020. 5. 29.

정영숙 시인 / Moldova

 

 

잠처럼 파고드는 파도의 리듬

 

살과 살이 부딪치는 듯한 E현의 떨림

 

피를 토하듯 스타카토로 뿜어내는 G현의 몸부림

 

끝 간 데 없이 고조되는 슬픈 메아리

 

가졌으나 가진 게 아니라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텅 빈 현의 울림

 

그러나 그냥 보낼 수 없어

 

마지막 입술처럼 흐느끼며 다시금 긋는 선율

 

당신과 나의 눈부신 아르페지오*

 

파도가 춤추며 긋는 하늘의 무지개

 

등 뒤로 뛰어오르는 흰 고래의 노래

 

허망히 손끝에 미끄러져 내리고

 

눈물방울로 떨어지는 죽음, 생의 극점

 

수평선 너머 한 점으로 사라지는 당신을 바라보며

 

노을 진 모래펄에 서서 활을 접고

 

손끝, 붉은 생을 내려놓는다

 

*아르페지오(arpeggio):분산화음. 몰도바의 후반부에서 분산화음이 여백으로 채워지고 전반부의 긴장의 변화를 이끌어내어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통일성을 갖는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정영숙(鄭英淑) 시인

경북 대구에서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1993년 시집 『숲은 그대를 부르리』로 등단. 시집으로 『볼레로, 장미빛 문장』,『황금 서랍 읽는 법』,『하늘새』,『옹딘느의 집』,『물 속의 사원』, 『지상의 한 잎 사랑 』 등 7권과 활판시선집 『아무르, 완전한 사랑』이 있음. 명화 산문집 『여자가 행복해지는 그림 읽기』가 있음. 목포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경북일보문학대전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