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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숙 시인 / Moldova
잠처럼 파고드는 파도의 리듬
살과 살이 부딪치는 듯한 E현의 떨림
피를 토하듯 스타카토로 뿜어내는 G현의 몸부림
끝 간 데 없이 고조되는 슬픈 메아리
가졌으나 가진 게 아니라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텅 빈 현의 울림
그러나 그냥 보낼 수 없어
마지막 입술처럼 흐느끼며 다시금 긋는 선율
당신과 나의 눈부신 아르페지오*
파도가 춤추며 긋는 하늘의 무지개
등 뒤로 뛰어오르는 흰 고래의 노래
허망히 손끝에 미끄러져 내리고
눈물방울로 떨어지는 죽음, 생의 극점
수평선 너머 한 점으로 사라지는 당신을 바라보며
노을 진 모래펄에 서서 활을 접고
손끝, 붉은 생을 내려놓는다
*아르페지오(arpeggio):분산화음. 몰도바의 후반부에서 분산화음이 여백으로 채워지고 전반부의 긴장의 변화를 이끌어내어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통일성을 갖는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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