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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채 시인 / 기타의 저음 위에 걸려 있는 도시
내 눈에서는 자작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온 자작나무 한그루 내 눈동자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내 머리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자라고 있습니다 둥지를 틀고 밖으로 나갈 줄 모르는 비둘기는 내 머릿속에서만이 살고 있습니다
내 머릿속에 사는 비둘기는 내 눈동자속의 자작나무에만 날아다니며 재잘재잘 갖은 묘기를 보여줍니다
손으로 앵무새와 꽃도 만들어 웃음을 반으로 쪼개면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아갑니다
태양이 내 머리위로 비치면 비둘기는 자작나무의 손을 잡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갑니다
풍경이 있는 찻집도 지나고 인디언 인형이 옛날 돈을 팔고 있는 상점도 지납니다 한 남자가 성인용품점에서 공기인형을 사 가지고 휘파람을 불며 사라집니다 지푸라기 옷을 입은 나무가 가슴을 두근거리며 봄을 기다리는 겨울은 아름답습니다
자작나무와 비둘기는 구름과 도시를 가르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베리아 벌판을 넘나듭니다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보름인데 보름달은 보이지 않고 빨래집게에 걸린 하늘이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기타의 저음 위에 걸린 도시의 밤 막차를 기다리는 우울한 시간 속에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내 머리에 비둘기가 내려 앉고 내 눈에는 자작나무가 들어와 앉아 고요히 잠이 듭니다
내 머릿속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내 눈동자에는 자작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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