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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화영 시인 / 내게 다 들켰다 당신!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2.

이화영 시인 / 내게 다 들켰다 당신!

-망고씨

 

 

  노란 원형질이 울먹울먹 액즙을 쏟고 있다

  덜 상한 부분을 도려 낸 후

  당신의 부드러운 육질을 지나

  만나게 되는 단단한 밑씨

 

  혀를 잃어도 좋다

  당신의 달콤함은 불보다 더 치명적이니까

 

  세상을 거부하듯 빗장 걸은 당신의 입은

  향의 기원을 따라 더 깊고 아득한 토굴이 되고

  당신의 등줄기에

  바람이 게워낸 말이 들러붙어 끈적거린다

 

  무엇으로 당신을 열 수 있을까

  당신을 열어 무엇이든 꽐꽐 쏟아내고 싶은데

 

  천 번의 울음을 삼키고 눈물마저 단단해진 섬유질 남자

  그 속을 열어보고 알았다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는 새순,

  그 기습적인 물컹함

 

  당신의 종피를 따라가다

  당신 생을 에두르고 있는 체모가 때 늦게 보였다

  후훗, 내게 다 들켰다 당신!

 

웹진 『시인광장』 2010년 7월호 발표

 

 


 

이화영 시인

2009년 《정신과 표현》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침향』(혜화당, 2009)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