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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수권 시인 / 남명매(南冥梅)를 찾아서 2

by 파스칼바이런 2020. 6. 12.

송수권 시인 / 남명매(南冥梅)를 찾아서 · 2

 

 

  보게나

  저 천석들이 종을 누구 있어 치겠는가*

  천왕봉에서부터 화살처럼 꽂혀오는

  시천강(矢川江)가 덕천서원에 와서

  그 기둥에 꽂힌 화살 한 개를 뽑으며

  한 시대의 삶을 다시 읽는다

 

  머리에 칼끝을 세우고 글을 읽으며

  허리에 찬 쇠통방을 흔들어 세상을 깨운다

  낮은 소리가 세상을 깨우는 것이지 큰 소리가

  세상을 깨우는 게 아니라고 타이른다

 

  그는 임진왜란 이태 전에 갔다

  홍의장을 걸친 망우당 곽재우를 비롯한 정인홍 등

  사십여 명의 제자들은 낮은 소리 따라

  우리 의병사의 첫머리를 장식한다

 

  경의당 마루에 누워 뜰 앞의 매화 난분분

  천석들이 종을 치고 간 무지렁이들 한 속에

  하늘이 울어도 결코 울지 않은 산

  구구빨치 구빨치 신빨치들이 가슴에 품고 넘었을

  오늘 저 큰 산봉우리들 말없이 들여다 본다.

 

*남명: 남명 조식 선생의 題德山溪亭柱의 詩

 

웹진 『시인광장』 2010년 8월호 발표

 

 


 

송수권 시인

1940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 197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山門에 기대어〉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山門에 기대어』(문학사상사), 『꿈꾸는 섬』(문학과 지성사), 『아도(啞陶)』(창작과 비평사), 『수저통에 비치는 저녁노을』(시와 시학사), 10시집『파천무』 등이 있으며, 시선집 『지리산 뻐꾹새』(미래사), 『들꽃세상(토속꽃)』(혜화당), 『여승』(모아드림), 육필시선집 『초록의 감옥』(찾을모), 산문집 『만다라의 바다』, 『태산풍류와 섬진강』, 『남도기행』 등과 음식문화 기행집 『남도의 맛과 멋』, 『시인 송수권의 풍류맛기행』(고요아침) 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제1회 영랑시문학상(2003), 김달진 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