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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유 시인 / 바람의 세기
몇 개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바람의 세기가 바뀌는 중이다
그 힘을 믿거나 혹은 믿지 않거나 유랑극단이나 실크로드 같은 바람으로 떠밀려 가는 곳은 어디나 있게 마련이다 오리나무 낮달처럼 가깝고도 아주 먼 내륙에서 발원된, 그러나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닌
바람은 기막힌 복화술을 지녔다 먼 곳에서 들리는 듯 다른 소리를 내지만 실은 한숨이나 휘파람처럼 내 안에서 빠져 나오는 소리들 어느 것도 바람 없이 움직이려 하지 않기에 나도 모르게 빌미를 주고 마는 거
그래서 귀에 들리는 건 모두 바람소리다 잠시 잠깐이다 만질 수는 없으나 거죽이 있어 변신과 합체가 순간이니 눈에 보이는 건 또한 바람뿐이다 몇 세기를 바꾸며 단 한 번도 달려보지 못했던 내가
쉿, 지금 이 길로 바람처럼 지나가고 있습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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