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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미정 시인 / 스물 + 하나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4.

김미정 시인 / 스물 + 하나

 

 

  유턴 표시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도로는 몸에 맞지 않는 속도를 강요할 뿐

 

  지도는 벼랑 있는 곳마다 깃발을 날리고

  중앙선 건너 주유소 불빛만 선명하다

 

  꼭 이럴 때 빵구가 나거나 기름이 떨어져~

 

  어린 나무들이 차창 안으로 기어들 때

  내 가슴 위로 거대한 바퀴가 구른다

 

  처음부터 엄마 말을 들었어야 했어

 

  회색 강물 위로 노을이 엉망으로 그려져 있다

  바람이 빠르게 이정표를 통과하고 있었고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오려서 도망쳐버린 너

 

  기타줄은 끊어져 딩딩거리고

  기다리는 너는 돌아오지 않았다

 

  튕겨져 나간 시간이

  검은 터널을 내내 달리고

 

  감추어진 구름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웹진 『시인광장』 2011년 5월호 발표

 

 


 

김미정 시인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2009년 《시와 세계》 여름호 평론 당선.  현재 웹진 『시인광장』편집위원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