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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렬 시인 / 먼 물가에서
물소리는 지척이었으나 물가는 멀었습니다 이곳 둔내의 햇살은 체온과 같아 지난 밤 꿈에는 시장바닥에서 누군가를 찾아 헤맸습니다
고요하여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빛에 잠겨 투명한 잎사귀 잔가지마다 목을 아래로 드리운 이슬방울들 평상 위에는 작은 나방이 몸을 뒤집으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군요 그 영혼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어릴 적부터 꿈꾸던 통나무집 다락방에서 옛 시인의 회고록을 읽었습니다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아름다운 연애시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시를 쓰며 바닷가에 오래 살다가 마지막 시간에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반쯤 일으킨 자세로 피할 수 없는 그 진실과 대면하였습니다*
물을 건너다가 공중에 걸린 거미의 집에 부딪혔습니다 아, 거미는 오래전부터 다락방에 살았군요
이곳은 시장과는 아주 멀지만 떠들썩한 그곳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어둑한 물살에 잠긴 세상의 한기를 대지의 발등이 받아들여 지상의 모든 방들이 아늑하기를 구할 뿐입니다
*파블로 네루다, <Winter Garden> (Copper Canyon Press, 2002) 서문
웹진 『시인광장』 2011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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