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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일표 시인 / 송전탑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9.

홍일표 시인 / 송전탑

 

 

아픈 날이 많은 사람은

제 안에 구멍을 뚫어 또 다른 집을 짓는다

 

어느 먼 곳의 멸종되지 않은 음악처럼

몇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입에서 튀어나오는 새들

덫에서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날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붉은 심장들

 

몸의 곳곳에 숨길을 트고

날카로운 슬픔의 뼈대를 허공에 총총 박는다

 

살을 버리고

뼈로 우뚝 일어서는 탑

무수히 많은 울음이 지나다니던 구멍마다 격렬하게 죽어가는 말 대신

뜻밖의 허밍

뜻밖의 방향

 

마지막 가야 할 곳을 알고

사라진 음악들이 모여서 여러 개의 심장으로 두근거리는

 

월간 『문학사상』 2020년 1월호 발표

 

 


 

홍일표 시인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살바도르 달리풍의 낮달』, 『매혹의 지도』, 『밀서』와 평설집 『홀림의 풍경들』 등을 펴냄. 지리산문학상, 『시인광장』 시작품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