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전영관 시인 / 허밍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9.

전영관 시인 / 허밍

 

 

풍경이 유리잔처럼 얇아서

시월은 쉽게 금이 간다

예민해져서 상심이 잦아진다

환절기의 그리움이란

시월에 장미를 보러가는 일

 

붉은 파도인 것 같아도

이파리를 손에 들고 보면 다른 것처럼

사랑은 보는 이에 따라 채도가 달라진다

 

함께 서있던 나무를 보는 감정은

음정이 조금 틀린 허밍 같은 것

곁이 빈 나무 사진을 보냈다

단풍잎은

연애를 시작하던 심장같이 붉고 뜨거운데

날카로운 외면의 끝에 찔리고도 말하지 않았다

 

잠은 죽음만큼 깊었는데 꿈도 짧아서

새벽은 미완성인 채로 시작된다

연락도 없이 연락할 것 같아

시월엔 주말 약속을 머뭇거리게 된다

 

갈꽃은 진 후의 여운이 길어서 아프고

저 붉음이 퇴색할 거라는 상심만 진해진다

오르내리는 일기에 병열(病熱)도 앓는다

 

단풍은 잘 팔리면서 저평가되는 연애시

흔적만 남고 통증 없는 무릎의 흉터

 

계간 『모:든시』 2019년 겨울호 발표

 

 


 

전영관 시인

충남 청양에서 출생. 2008년 《진주신문》,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바람의 전입신고』(세계사, 2012)와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실천문학, 2019)가 있음. 2010년 서울문화재단 지원금과 2019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