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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 시인 / 허밍
풍경이 유리잔처럼 얇아서 시월은 쉽게 금이 간다 예민해져서 상심이 잦아진다 환절기의 그리움이란 시월에 장미를 보러가는 일
붉은 파도인 것 같아도 이파리를 손에 들고 보면 다른 것처럼 사랑은 보는 이에 따라 채도가 달라진다
함께 서있던 나무를 보는 감정은 음정이 조금 틀린 허밍 같은 것 곁이 빈 나무 사진을 보냈다 단풍잎은 연애를 시작하던 심장같이 붉고 뜨거운데 날카로운 외면의 끝에 찔리고도 말하지 않았다
잠은 죽음만큼 깊었는데 꿈도 짧아서 새벽은 미완성인 채로 시작된다 연락도 없이 연락할 것 같아 시월엔 주말 약속을 머뭇거리게 된다
갈꽃은 진 후의 여운이 길어서 아프고 저 붉음이 퇴색할 거라는 상심만 진해진다 오르내리는 일기에 병열(病熱)도 앓는다
단풍은 잘 팔리면서 저평가되는 연애시 흔적만 남고 통증 없는 무릎의 흉터
계간 『모:든시』 2019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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