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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진성 시인 / 대화들 9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

박진성 시인 / 대화들 9

- 동영상

 

 

  감탄사여

  그대가 액정 안에 가둬놓은 감탄사여

  한라 백록담이 배경이었던가

  물이랑이여

  호숫가를 거니는 내 얼굴이여

  잘려진 하반신이여

  웃음은 동영상으로 남았는데

 

  그대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관광객들이여

  그대는 뙤약볕을 액정 바깥으로 자꾸만 밀고.

  카메라 내장 휴대폰이여

  그대는 번호를 버리고 휴대폰도 버렸는데

  수목한계선까지 올라 온 식물이여

  그날 마구, 바람이 불었고.

 

  장난감이여 웃을 때 보이는 그대,

  잇몸이여 수목한계선 위로

  위로 올라가는 이상한 식물이여

 

  그대의 사지를 묶었는데. 묶어서 봉인했는데.

  서랍이여 가장 긴 다리로

  가장 긴 팔로 가장 먼 시야로

  하산하는 그대여

 

  끝까지 내려왔는데 또, 또,

  내려가는 그대의 잇몸이여

 

웹진 『시인광장』 2012년 4월호 발표

 

 


 

박진성 시인

1978년 충남 연기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2001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목숨』(천년의 시작, 2005)과 『아라리』(랜덤하우스코리아, 2008)가 있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2004년, 2007년).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