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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홍점 시인 / 눈 코 잎 그리고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

박홍점 시인 / 눈 코 잎 그리고

 

 

  잎마다 숭숭 구멍이 뚫린

  현재 식사 중인 벌레가 있는

  푸른 잎사귀를 보고 있으면

  백신 자국처럼 안심이 된다

 

  잎의 상처가 위안이라니, 믿음이라니

  오물 오물 작은 입이 생살을 발라먹고 지나갔는데

  상처 난 배추를 어루만진다

 

  내 몸에 뚫려있는 여러 개의 구멍

  태초에 그것도 상처였을까

 

  갓 태어난 아기를 본다

  구멍을 보고 안도하는 눈들

  보이는 상처는 이미 슬픔이 아닌

 

  입은 있는데 항문이 없다면

  소리는 있는데 귀가 없다면

 

  구멍으로 물이 들어오고

  눈물로 가로놓인 한 바다를 건넌다

  소리들이 들어오고 깃털이 돋아난다

  벽이 조금씩 제 몸을 헐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4월호 발표

 

 


 

박홍점 시인

1961년 전남 보성에서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차가운 식사』(서정시학, 2006)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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