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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고명자 시인 / 손톱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

고명자 시인 / 손톱

 

 

  슬픔도 예전처럼 투명하질 않아

 

  분화구 듬뿍 로션을 발라줬어

 

  달의 뼈가 말랑말랑 해지길 기도하면서

 

  무릎 세워 숨결을 다듬었지

 

  봉숭아꽃 물들이던 밤은 아름다웠다만

 

  너를 흠집 내니 나는 짜릿했지

 

  독을 품었으니 살점을 뚫었겠지

 

  하늘인들 못 뚫겠어?

 

  열십자로 칼금을 긋고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봐

 

  비린 젖물 같은 , 미친 달빛 같은

 

  몸 속 천개 만개의 물굽이들

 

  빨고 핥고 깨물어서

 

  흠 없는 보름달로 돋아나도록 해줄게

 

  톡톡 잘려나간 꽃잎, 안녕

 

웹진 『시인광장』 2012년 4월호 발표

 

 


 

고명자 시인

2005년 《시와 정신》을 통해 등단. 현재 『시와 정신』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