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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시인 / 서커스 마차
장을 보고 온 아내가 소파에서 잠든 그를 보았다. 발치에 신문이 떨어져 있었다.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피에로의 코를 찾을 순 없었다. 그는 평온해보였다.
며칠사이 살이 오른 피에로는 곡예사 아가씨의 스팽글의상처럼 웃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앞마당에 앉아 감자를 깎는 피에로를 보았다. 스튜에 넣을 거랍니다. 그가 깎은 감자알들은 피에로의 코처럼 반들반들하고 동글동글했다.
부엌선반 스튜냄비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것 같은 빨간 색을 보았을 때 그는 마구 가슴이 뛰었다. 대신 웃어줄 수 없는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찌그러진 코는 아내의 손수건처럼 가볍고 슬퍼보였다.
그는 코를 서류봉투에 넣어 소포로 부쳤다.
사람들은 앞마당에 앉아 완두콩 꼬투리를 까는 늙은 사내를 보았다. 말은 없었지만 공중그네만큼 즐거워보였다. 자잘한 꽃무늬 에이프런을 두른 그의 아내도 캉캉치마만큼 상냥해보였다.
그리고 며칠 뒤 그의 아들이 발신자 없는 소포 하나를 받았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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