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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영운 시인 / 후드득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7.

정영운 시인 / 후드득

 

 

  비, 후드득

  꽃잎들, 후드득

  슬픔 저도 덩달아 후드득

 

  비 내리는 삼거리 주유소

  오색 깃발들은 발끝까지 젖어 울고

  깃발 아래 벚꽃나무 한 그루

  꽃잎들 아낌없이 풀어서라도

  궂은 비 막아보겠다고 나섰는데,

  세상에 부질없는 한 역사가

  부질없이 흩어지고 있다

 

  괜시리 나는

  거칠고 주름진 손등을

  흐려진 눈으로 닦아보다가

  조금만 울기로 했다

  세월이 부려 논 등창의

  몸부림에 기대 그러기로 했다

 

웹진『시인광장』 2012년 6월호 발표

 

 


 

정영운 시인

충남 공주에서 출생. 199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나와 그의 거리에 대하여』(1997)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