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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 / 참 좋은 당신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시인 / 푸른 나무
나도 너 같은 봄을 갖고 싶다 어둔 땅으로 뿌리를 뻗어내리며 어둔 하늘로는 하늘 깊이 별을 부른다 너는 나도 너의 새 이파리 같은 시를 쓰고 싶다 큰 몸과 수많은 가지와 이파리들이 세상의 어느 곳으로도 다 뻗어가 너를 이루며 완성되는 찬란하고 눈부신 봄 나도 너같이 푸르른 시인이 되어 가난한 우리나라 봄길을 나서고 싶다.
김용택 시인 / 푸른 나무 1
막 잎 피어나는 푸른 나무 아래 지나면 왜 이렇게 그대가 보고 싶고 그리운지 작은 실가지에 바람이라도 불면 왜 이렇게 나는 그대에게 가 닿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지 생각에서 돌아서면 다시 생각나고 암만 그대 떠올려도 목이 마르는 이 푸르러지는 나무 아래.
김용택 시인 / 푸른 나무 2
너를 부르러 캄캄한 저 산들을 넘어 다 버리고 내가 왔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그리운 너의 이름을 부르러 어둔 들판 바람을 건너 이렇게 내가 왔다 이제는 목놓아 불러도 없는 사람아 하얀 찔레꽃 꽃잎만 봄바람에 날리며 그리운 네 모습으로 어른거리는 미칠 것같이 푸르러지는 이 푸른 나뭇잎 속에 밤새워 피를 토하며 내가 운다.
김용택 시인 / 푸른 나무 3
나무야 푸른 나무야 나는 날마다 너의 그늘 아래를 두 번씩 지난다 해가 뜰 때 한 번 그 해가 질 때 한 번
걷다가 더울 때 나는 너의 뿌리에 앉아 너의 서늘한 피로 땀이 식고 눈보라칠 때 네 몸에 내 몸을 다 숨기고 네 더운 피로 내 몸을 덥히며 눈보라를 피했다 나무야 잎 하나 없는 잔가지 그림자만 맨땅에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내겐 푸르른 나무야 내가 서러울 때 나도 너처럼 찬바람 가득한 빈 들판으로 다리를 뻗고 달이 구름 속에 들 때 울었다 목놓아 운 적도 있었단다 나무야 푸른 나무야 우리 마을이 네게서 시작되고 네게서 끝나듯이 내 삶의 기쁨도 네게서 시작되고 네게서 이루어졌다
오늘은 나와 함께 맘껏 푸르른 나무야
김용택 시인 / 푸른 나무 4
우산 없이 학교 갔다 오다 소낙비 만난 여름날 네 그늘로 뛰어들어 네 몸에 내 몸을 기대고 서서 비 피할 때 저 꼭대기 푸른 잎사귀에서 제일 아래 잎까지 후둑후둑 떨어지는 큰 물방울들을 맞으며 나는 왠지 서러웠다 뿌연 빗줄기 적막한 들판 오도 가도 못하고 서서 바라보는 먼 산 느닷없는 저 소낙비
나는 혼자 외로움에 나는 혼자 슬픔에 나는 혼자 까닭없는 서러움에 복받쳤다 외로웠다
네 푸른 몸 아래 혼자 서서 그 수많은 가지와 수많은 잎사귀로 나를 달래주어도 나는 달래지지 않는 그 무엇을, 서러움을 그때 얻었다 그랬었다 나무야 오늘은 나도 없이 너 홀로 들판 가득 비 맞는 푸르른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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