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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남식 시인 / 매미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6.

정남식 시인 / 매미

 

 

  겨울 아침 시린 마당에 누운 매미

  스티로폼 박스를 치우자 불쑥 빠져나온 몸

  저 한 몸이 지난여름 실컷 울었을 울음이

  다 빠져나가고 허물어져 누워 있다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담벼락 밑에 버려진 껍데기

  여름내 운다는 것은, 산다는 것이라는 듯이

  다 울어버리고 남은 몸 지난여름

  나무에 매달린 울음이 잎으로 퍼져

  나무는 더욱 푸르렀을 것이다

  오늘 아침 저 죽은 몸을 후줄근히 쳐다보는

  내 몸도 빈껍데기로 서 있을 뿐

  저 몸을 빗자루에 쓸어 으름나무 밑에 던져 묻는다

  잘 썩었다, 매미야

  내 마른 몸은 울지도 못하고 울음의 껍데기로 서서

  썩을 비애로 움직인다

 

웹진『시인광장』 2012년 6월호 발표

 

 


 

정남식 시인

서울에서 출생. 1988년《문학과 사회》에 <물-비>외 4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집』(문학과지성사, 1990)와 『철갑 고래 뱃속에서』(문학과지성사, 2005)가 있음.